마흔일곱살의 미생
아무리 빨리 이 새벽을 맞아도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이 아직 꿈속을 헤맬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 미생, 윤태호
요즘 새벽인지 아침인지 애매한 5시에 출근을 하는데도 도로는 언제나 차가 막힌다.
새벽부터 다들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시는지.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늘 나보다 부지런하다.
사실 '미생' 웹툰이나 드라마는 본 적이 없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2014년 말 즈음에는 회사를 나오고 이런저런 쓴맛을 보느라 TV를 볼 시간도 없었지만
사실 내 삶도 궁핍한데 굳이 힘든 직장인의 삶을 TV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은 게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회사를 옮긴 지 두 달이 되어간다.
공동창업을 하고 7년이나 함께 동고동락했던 회사에서, 그것도 투자를 받은 직후 이직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이유를 꼽으라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은 늘 어렵고 새로운 상처가 나기 마련이다.
처음 자전거를 배우는 것처럼, 처음 스키를 배우는 것처럼
몇 번 넘어지고 다치고 상처가 아물다보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지 않을까.
지금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다.
뭔가 하나를 오래 파야 그 분야의 최고는 아니더라도 전문가가 될 텐데 포털 - 프롭테크 - 인공지능 영역으로 업종이 바뀌다 보니 계속 미생이고 미숙하다.
좋아하는 형님이 그랬다.
어떤 운동이든 초보 단계를 빨리 벗어나야 재미도 있고 실력이 는다고. 초보 단계에 늘 사람이 많은 법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일에서도 빨리 초보를 벗어나야겠다.
미생이 완생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도전이 헛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숙한 시니어 미생이 되고 싶은 작지만 큰 포부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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