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상장사가 되기까지: 살아남는 법

길어도 1~2년 정도 회사를 다닐 줄 알았다.

빠르게 부족한 점을 채우고,

다시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새로운 일이 무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막연히 ‘직장인’으로서

회사 생활이 잘 맞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이 회사에서 10년을 바라보며 일하게 되었다.
팀장을 거쳐 이사가 되었고, 회사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내 역할과 부서는 열 번쯤 바뀌었고,

회사가 성장할 때마다 나도 그에 맞춰 성장해야 했다.

부족함을 메우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느라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 사실을 실감한 건 이사로 승진했을 때였다.

‘오만과 편견’이 왜 명작인지 알겠다.
사람은 본래 오만하고,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나를 보며 깨닫기 때문이다.

팀장으로 입사했을 때,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오만했다.
“열심히 하면 1~2년쯤 후면 이사가 되겠지.”
또, 나는 스스로를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라며

변화를 잘 받아들일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그런 착각을 단번에 깨뜨렸다.
나의 사회성,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높지 않았다.
그걸 인정하는데 1년, 개선하는 데 또 1년이 걸렸다.

그러면서 운 좋게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전략적으로든, 실무적으로든 나보다 훨씬 능력 있는 사람들.
그 덕분에 내 부족함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회사 생활 5년차에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창업가로서 왜 실패했는지, 왜 공동창업자들과 멀어졌는지를.

그제서야 안좋게 헤어진 공동창업자들에 대한 미움과 배신감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감사가 남았다.

그들 덕분에 경험한 것도, 배운 것도 많았고,

덕분에 내가 더 단단해졌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관계도 더 너그러워졌다.
일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역할이 바뀔 때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빠르게 파악하고,
초기 구조를 세우고, 성과를 내는 일들.

덕분에 매출 1등을 해보기도 했고,
팀 성과를 1등으로 만들어본 경험도 했다.

내가 능력이 특별해서라기 보다
“기회를 먼저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도해야 해서 어렵고,

다들 꺼려하는 것을 나는 그냥 부딪혔다.

그 과정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지만,
그 실패들의 시간을 통과하며

복기하니 결국 성과의 밑거름이 되었다.

창업 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차이를 꼽자면,
그땐 무작정 해봤다면

지금은 방향과 전략을 세우고 해본다는 점이다.

운이 좋게 스타트업이 상장사가 될 정도로

로켓 성장하는 현장에서 내부자가 되어
그 변화의 흐름을 경험하고 있다.

회사는 성장을 통해 수익을 내거나 투자금을 확보해야

계속 해서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의도도 좋아야 하겠지만

좋은 의도라도 결과가 받쳐주지 않으면

나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