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며 대표와 이사 직급으로
4년 가까이 일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동안 ‘리더십’이란 걸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를 돌이켜보니 정말 햇병아리 시절이었는데
‘대표’, ‘이사’가 찍힌 명함을 들고 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낯부끄럽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신입 리더라고 불렀고,
이렇게 다짐했다.
‘어설픈 경력직 리더 흉내는 내지 말자.’
나의 첫 팀원은 말 그대로 에이스였다.
행정 업무나 실무 역량이 정말 뛰어났다.
그가 만든 문서나 커뮤니케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이 친구 스마트하네” 했을 거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와의 관계를
처음부터 잘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괜히 내가 리더랍시고 가르치려 들면,
그건 그냥 꼰대가 되는 길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의외로 팀워크가 잘 맞았다.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빠르게 파악하고,
일을 진행시키거나 안착시키는 역할에 능숙했고,
그 친구는 내가 빠르게 시작해 초반 진도를 나간
프로젝트를 세밀하게 운영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더 이상 행정 업무로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됐고,
내가 잘하는 기획과 분석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잘하는 부분은 과감히 맡겼다.
괜히 관여하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할 때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상담이 필요한 순간에는
그 친구가 기댈 수 있는 선배가 되려 했다.
그러면서 팀이 꽤 잘 굴러갔다.
프로젝트는 점점 커졌고,
팀원도 하나둘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백 번의 내적 갈등이 있었다.
그 친구가 워낙 일을 잘하니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고,
‘나도 실무에 더 관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공동창업자들과의 이별 이후,
인간관계로 상처를 덜 받고 싶어
나도 모르게 ‘깊은 관계’에 대한 울타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부러 관계의 반경을 좁혔다.
직접 일해야 하는 팀원들,
꼭 필요한 사람들과만 소통했다.
그래서인지 회사 사람들에겐
내가 개인주의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땐 내 마음이 먼저였다.
내 마음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동안은 나를 지키는 게 먼저였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나의 진심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인간관계도 실무도 잘하는 팀원 때문에
스스로 버거워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을 한지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그 친구를 시기하거나 질투하기보다
그 친구를 통해 내가 성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팀원이 잘할수록 진심으로 응원해 줬고,
지칠 땐 묵묵히 옆에서 들어줬다.
그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내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수용했다.
그럼에도 그때는 참 버거웠다.
몸도 마음도 다 버거웠다.
그래도 ‘그 꾸역꾸역’이,
돌이켜보니 나를 성장시켰다.
신입 리더와 에이스 팀원의 관계는
그렇게 서로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나도 그 친구도 함께 성장했다.
그렇게 우리 팀은 실적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