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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멀티 커리어로 살아남기

길은 이제 하나가 아니다

by 일상마케터

AI가 GPT와 제미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 때, 기분이 묘했다.


변호사, 약사, 의사,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기자…


전문가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AI를 보며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앞으로 한 개인은 전문성에서

어떻게 변별력을 가질 수 있을까?’


밤늦게까지 인터뷰를 녹취하고,

원고로 풀어내던 날들이 떠올랐다.


콘텐츠 기획이라는 본게임에 들어가기 전,
녹취를 텍스트로 옮기는 그 과정은

늘 지루하고 고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AI 녹취 기능 하나면 몇 분 만에 스크립트가 정리되고,
콘텐츠 초안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예전엔 하루에 하나 만들기도 벅찼는데,
지금은 하루에 열 개를 거뜬히 만든다.

만약 내가 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면,
이제는 예전만큼 대우 받기가 어려워졌을 것이다.

한때 ‘빠르게 듣고 정리하고

문장화하는 능력’은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건 AI가 몇 분 만에 해내는 일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경쟁력이 바뀌었다.

이제 중요한 건 ‘전문성’만큼 ‘통찰력’이다.

혹 AI가 통찰을 흉내낼 수 있어도,
무엇이 진짜 적합한지 판단하고
그걸 어디에, 어떻게 연결할지는

결국 우리 선택의 몫이다.


이제는 한 우물을 깊게 판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우물을 들여다본 사람도 유리하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엮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도

인재인 세상이다.


한 우물만 못 판 덕분에,
나는 오히려 한 우물을 깊이 판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 4패를 기록하고,
‘AI를 이긴 사람’으로 불렸다.


그는 패배를 복기하며 자책했다.

'왜 나는 그 수를 보지 못했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인공지능은 ‘고정관념이 없다’는 사실을.

고정관념이 없을 때,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해법이 나온다는 것을.


나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떤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이들이
“이건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단정 짓는 모습을 종종 봤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의외의 해답이 보이곤 했다.


물론 탁월한 전문가들은 고정관념과 싸우며 세상을 바꾼다.
하지만 많은 경우, “안 된다”는 경험치에 스스로를 가두곤 한다.


레이 달리오는 《원칙》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인다.”
그는 극단적으로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가
학습을 가속화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나는 모른다’는 태도로 질문했기 때문이다.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기에,
배울 수 있었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1만 시간의 법칙’이

늘 옳은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집중하지 못한 1만 시간은,
몰입한 500시간보다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시작하면 된다.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더라도,
무엇이든 해보는 편이 낫다.

예전엔 짧고 다양한 경험이
‘비전문가’로 보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영역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물론, 전문성과 다양성을 모두 가진다면
그만큼 희소성이 커진다.


이제 하나만 못 파도, 괜찮다.
오히려 그게 때론 무기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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