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삶이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지만
나는 그 말을 그냥 흔한 위로쯤으로 들었다.
내 인생은 다를 줄 알았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는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내가 품었던 꿈을
순순히 허락해주지 않았다.
‘계획대로 될 거야’라는 믿음이
얼마나 오만하고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실을 마주하면서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마음에 생채기가 났지만,
그 상처만큼 내면은 단단해졌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내 삶이 중요한 만큼,
누군가의 삶 또한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나의 무대만 보던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삶의 무게와 도전, 실패,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하나만 파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찾기 위해
나의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그 과정을 깊이 파내려가고 있다.
그게 세상이 정한 답은 아닐지라도
내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쉬운 길이 아니더라도,
빠르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이 길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나아가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길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답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다.
오직 스스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이제 나는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하나만 파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정리하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더는 미루면
기억이 퇴색되어 정리하고 싶어도
정리하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이
결국 이 글을 세상 밖으로 꺼내게 했습니다.
때론, 조바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이렇게 한 챕터를 마무리했으니까요.
혹 나중에 또 기회가 된다면,
멀티커리어를 통해 배운 점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또 한 번의 조바심이 생기는 어느 날,
새로운 글로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모든 순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