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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은경 KAY May 25. 2024

#2024.05.25

제주에서 쓰는 여담

#벌써 5월이 다간다. 그리고 끝을 생각해 본다


벌써 한해의 반쪽이 다와간다. 열심히 산 것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덜 열심히 살면 좋겠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지금처럼 일만 하고 사는 삶이 문득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멈춰 옆을 보아도 사람이 없고, 가족도 없고 외롭고 공허함이 든다더라. 그러니 일만 보지 말고 주변도 둘러보고, 누군가와의 만남도 생각해 보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의 회사라면 내가 앞으로 더 많은 일의 성공과 업의 확장을 이루어도 명예가 있거나 존경을 받거나 그런 것 없이 스스로의 자부심 뿐일텐데 나는 내 삶을, 하나님 앞에서 내 삶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끝을 생각하면 그 유효함(끝이 있다는 것)과 지금을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내일의 행복은 없다. 나는 지금, 행복하기로 결정했다 


누구나, 어디에나 있을 만한 일이다. 이해가 잘 안되는 사람을 만나거나 이슈가 발생하거나.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내 내면에서의 어려움과 정서적 이슈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런 일들은 매일, 매 순간있고, 있을 수 있다. 

나는 무엇가 처리,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머리 속으로 고민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마음을 쓰기도 한다. 내가 다뤄야 하는 프로젝트와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고객사의 상황도 바뀌기도 하니 매일마다 이런 일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그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마음으로 애쓰고 닳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매일이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일은 행복하면 좋겠다, 내일은 조금 더 행복해지겠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깨닫게 된 것은 '아, 이렇게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겠구나.' 


행복은 지금에 있다. 있지만 보이지 않게 있기도 하고, 가려져있기도 하고 펄떡펄떡거리기도 한다. 지난 날의 행복을 추억할 수도 있고, 내일을 소망하며 행복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의 행복을 선택하겠다. 


지금 문제가 있는 상황이 있음에도 풀어갈 지혜를 주신 것을 감사하고, 지금 먹는 이 물과 밥과 차가 맛있어서 행복하고, 그냥 하늘이 파랗고 맑아서 행복하고 비가 내리는 분위기에 행복하고. 꼭 매순간 매일 행복할 필요는 없을 수 있지만 나는 매일의 순간에서 행복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나도 거기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조건적 행복 말고 존재적 행복과 감사가 있다면 지금의 내 삶도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을 것 같다. 행복은 복권이 아니고 로또도 아니니까, 날마다 조금씩 발견하는 순간 속에 있는 것이니까. 


#내가 만난 길 위의 기사- 택시 기사님들과의 대화 


컨설팅이나 워크샵이 아니면 교육의 경우, 특정사의 경우에는 교재를 미리 수용할 공간이 없어서 교육할 때 내가 책을 케리어에 담아 가져간다. 그 때 택시를 이용하는데 그 때마다 택시기사님과 한참의 이야기를 나눈다. 누가 자신의 택시에 오를지 모른 채 기사님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동을 도와주신다. 술에 취한 사람, 외국 사람을 만났던 이야기, 택시 정책과 시스템 그리고 애환에 대해, 이 지역이나 근교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여행을 가게 되면 근처에 맛있는 곳이나 가볼 곳을 알려주기도 하시고. 나는 그런 기사님들을 인터뷰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기사님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리우셨는지 하염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시는 경우도 있는데, 몸이 피곤할 때가 아니면 그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인터뷰하며 많은 관점들을 얻는다. 얼마 전에는 북에서 귀화하고, 특공대 생활을 하다가 받아주는 곳이 없어 한 사채업자의 기사일을 오래 하다가 택시 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님을 만났다. 사채업자인 대표가 기사에게 돈에 관한 책을 수북하게 쌓아주며 읽어보라 하고,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하고 주식투자도 해보고 대표에게 배우다보니 이제는 모든 것이 돈으로 보인다 하신다. 세계의 정세를 읽어서 주식했던 이야기, 지나가는 이 곳의 부동산이나 여러 추세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크게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하여 상당한 재산을 잃게 되었을 때 삶을 저버리는 기도를 2번 정도하였는데 사람들의 발견으로 살아나게 되었고, 그래도 살자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누가 돈 빌려 달라고 하면 줄게 아니라면 절대로 없다고, 나도 어렵다고 해보셔라 당부도 하셨다. 어찌하다보니 한 사람의 인생 책을 읽고 나눈 기분이었다. (기사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이야기해보지 않으면 몰랐을 누군가의 삶, 그 삶을 통해서도 배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선택에 대해, 가치관에 대해. 그래서 기사님들은 나에게 좋은 말벗이자 길 위의 교사이기도 하다. 

삶은 아직 살아보지 않아서, 가보지 않아서, 어떤 길일지 알지 못해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상상해보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기도하게 되지 않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오늘'을 삽시다. 

두근두근, 팔딱팔딱, '살아있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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