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월요일의 한쪽편지
친애하는 당신에게.
저는 엑스(구 트위터)를 즐겨 보는데요.
소식이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드립'이 너무 재미있거든요.
대부분의 트윗은 작정하고 열심히
인생을 낭비하고 있습니다만,
가끔 대단한 통찰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이런 트윗을 봤어요.
실패의 무게를 한 번도
어깨에 짊어져보지 않은 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심판한다.
- Angina Pectoris (@yeoulabba)
실패를 많이 해본 저로서는 얼마나
뼈아프면서도 고마운 이야기인지.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너무 쉽게
남의 실패를 평가하곤 합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도 많죠.
오히려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말을 아끼는데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남의 성과를 쉽게 저울질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내심 부러운 걸지도 모른다고.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지만
차마 도전할 용기는 없으니,
남의 실패에 한마디씩 얹는 것 아닐까요?
심지어는 그 사람을 깎아내리면서
내 자존심도 세우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못된 심보이긴 해도
한편으로는 좀 짠하네요.
어쩌면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실패 이후의 결과에 책임지는 것보다,
실패를 조롱하는 세상에 당당히 맞서는 일이
더 힘들지도 모릅니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구나'라는 자괴감이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래도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니들은 못 가본 길을 나는 가봤다."
"하나 더 배웠으니 성공에 더 가까워졌다"
이런 태도, 좀 뻔뻔해도 멋있잖아요.
네, 뭐... 실패 경험자 1인으로서
자기위로라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만.
그래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이미 지나간 것.
되돌이킬 수 없다면 후회하지도 맙시다.
대신 거기서 배운 것들만 곱씹자고요.
네 살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fail’이 뜨자 좋아했다. 의아해진 아버지가 묻는다.
"fail이 무슨 뜻인지 아니?"
"응, 아빠. 실패라는 뜻이잖아."
"그러면 실패가 무슨 뜻인지는 아니?"
"그럼, 아빠. 다시 하라는 거잖아.”
-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중에서
비록 오늘 조금 실패했더라도
즐겁게 '다시하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다시 하기를 반복하는
임효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