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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보지기 Aug 16. 2021

SNS속 호랑이

악플을 대하는 자세에 관하여

명상어플 마보에는 유저들의 고민이나 명상에 대한 질문이 자주 도착한다. 모든 고민이나 질문에 다 답변할 수는 없어도 긴박하게 도움을 구하는 메일이나 다른 유저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메일에는 직접 답변을 드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때로는 사연과 답변을 마보를 통해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때마다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다른 마보 유저분들이 "저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사연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어요."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나만의 고민'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매번 깨닫고는 한다. 

얼마전 도착한 '악플'에 대한 사연도 그랬다. 자신의 SNS에 사람들이 남긴 악플을 보며 분노와 억울함, 수치심과 두려움에 힘들어하는 A님에게 가상의 세계에 사는 호랑이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 드렸다. 늘 그렇듯, 그 답은 '마음챙김'이다.


악플에 고민하는 A님께

우선 지금 정말로 마음이 지옥이실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심하고 마음 약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염려하기 때문에 자기가 불편한 것을 내색하지 않거나 참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상냥한 마음을 지닌 분들이시죠. 이 고민을 주신 A님도 스스로를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A님은 SNS를 사용하면서도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셨을 것 같네요. A님 같은 분들이 세상에 더 많으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우리가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며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이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답니다.

제가 상황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A님이 SNS 상에서 공격을 받고 어떻게 느끼고 계실지는 공감이 갑니다. 저도 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저와 반대되는 의견이 달리거나 공격을 받는다고 느낄 때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 손이 떨리고 호흡이 빨라지는 느낌을 느꼈었거든요. 이것은 소위 말하는 우리 몸의 '투쟁-도피'반응입니다. 예전에는 쫓아오는 맹수를 봤을 때 활성화되었던 교감신경이 요즘에는 SNS에서 나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볼 때 생존에 직결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죠. 내 사회적 생명이 끝날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요...하지만 A님, 기억하실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로 호랑이가 쫓아 왔었어요.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잡아 먹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SNS 속의 사람들은 A님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지금 이순간 현재의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 사라집니다. 그들은 A님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 컴퓨너 너머나 스마트폰 너머의 세계에만 있어요.


3개월의 법칙 아시나요?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이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하고 3개월 뒤에 돌아온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그래요. 댓글창에서 전국민에게 다 욕을 먹었던 유명인들도 3개월 뒤에 다시 나타나면 세상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을 받아 줍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의 일로 머리가 꽉 차서 남의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너무 걱정마세요. A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사람들은 이 일을 또 잊을 겁니다. 왜냐면 그런 사람들에게는SNS에는 늘 공격할 다음 대상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번 주말에는 일부러 가상의 호랑이를 들추어 보지 마시고 어딘가 자연과 가까운 곳으로 떠나보세요. 가까운 산을 등산하거나 공원을 걷는다거나 하면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세요. SNS에 남겨진 사람들의 말을 머리속으로 곱씹지 마시고 정말로 순간순간 내 몸의 감각을 알아차려 보세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일상을 보내며 내 주변 사람들과의 진짜 인간관계로 돌아오세요. 만약 어딘가로 떠날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내 방을 정리하거나 옷장을 정리하면서 주말을 보내 보세요.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되실 겁니다. 나의 일상은 SNS 속의 세계와 별 상관없이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요.......


A님, 마지막으로 마크 트웨인이 남겼다는 유명한 말을 전해 드립니다. 

"나는 살면서 정말 근심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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