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과인간 Feb 06. 2022

글 쓰는 건 좋은데, 글 쓰는 게 싫어서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앞으로는 스터디 카페에 오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이 2일차이다. 집에서 쓰면 편할 걸, 굳이굳이 여기 와서 이렇게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나도 참 안타깝다.

 

내가 글을 쓰는 걸 싫어하냐? 라고 물으면 대답은 절대 아니다, 이다.     



여유 있게 출근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출근하고 나서 업무 시간까지 5분에서 20분 정도 시간이 있는데(여유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고 해놓고 딱히 얼마 남지는 않네...), 그때도 나는 아무것도 없는 한글 창을 켜놓고 글을 쓴다.      


쓸 말은 너무 많다. 정말 말그대로 아무 말이나 쓰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기 너무 힘들었다. 이런저런 꿈을 꿨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완전 힘들다 등등. 그렇게 아무 말이나 주절거리다 보면 그게 꽤 길어진다. 그렇게 한바탕(?) 속풀이를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맘이 편해진다. 아주 예전, 중고등학생 때부터 있던 습관인데 그때는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먼저 노트를 펼쳐 이런 작업을 하곤 했다. 그렇게 쌓여 온 노트가 30권도 넘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건 ‘모닝 페이지’와 상당히 비슷한 작업이었다. 모닝 페이지는 <아티스트 웨이>라는 꽤 유명한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방법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 노트 3쪽분량에 솔직한 나의 마음을 줄줄이 써나가는 것이다. 그게 예술적인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과 물론 차이는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는 것도 아니고, 분량을 정해놓고 쓰지도 않고, 종이 위 대신 컴퓨터에 쓸 때가 훨씬 많지만 그럼에도 이게 바로 모닝 페이지 아닌가 싶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여튼 이렇게 아무 말이나 쓰는 건 참 즐거운 일이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은 꽤 힘들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이 때문에 글쓰기가 그야말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느껴진다. 많이들 그렇겠지만 ‘해야 하는 일’은 정말로 하기가 싫다. 심지어 그토록 좋아하는 책읽기마저 독서토론 때문에 특정 도서를 언제까지 읽으라고 하면 읽기 싫어서 채 다 못 읽고 참석한다. 이런 청개구리 심보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튼 글 쓰는 건 좋은데, 글 쓰는 게 싫어서, 나는 이제 스터디 카페에 와서 글을 쓴다. 최근에 읽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어드바이스받은 대로 하는 중이다. ‘정제된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고 ‘스터디 카페에 온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겨우 이틀째이기 때문에 앞으로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당분간은 그냥 글을 쓰기보다는 스터디 카페에 출석하려고 한다.     


결론.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꽤 멋진 책이네. 스터디 카페에 왔을 뿐인데 지금 짧은 글 하나가 완성되었잖아! 아쉽게도, 글에 핵심도 두서도 없지만. 일단 썼으니 그걸로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한 회사의 노래자랑에 나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