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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맘 Sep 12. 2023

또다시 찾아온 출산을 앞두고

산더미처럼 쌓인 걱정, 한 번이든 두 번이든 과정은 동일하니까

 둘째 아이 출산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디데이는 정해져 있다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진통에 매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임신 전반에 있어 대부분의 과정은 동일한데 초기에는 각별히 조심, 중기에는 맘 편하고 몸 편한 안정기이지만 조심, 후기를 지나 막달이 오면 언제 나올지 모르니 또 조심. 그러니 어찌 보면 임신기간 전반에 걸쳐 불안감은 당연하다. 출산 후기를 검색하고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을 찾아보고 상상하고 두려워하는 일의 반복. 막달에 가까워지면 다가올 수유패턴에 몸이 미리 준비를 하느라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고 한다. 살면서 불면증이란, 깊은 시름에 앓을 때가 아니고서야 겪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이 호르몬이 굉장히 불편하다. 잠을 못 자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면역도 자꾸만 떨어지는 기분이다.


 첫째 아이도 무리 없이 출산해 놓고, 뭘 그리 걱정하냐고? 임신도 출산도 한번 해봤으니 초반에는 별다른 두려움도, 걱정도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막달에 가까워올수록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오만가지 걱정. 오히려 한번 해봤기에 이번엔 얼마나 아플까, 이미 하고 있기에 이번엔 잘 기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쌓이고 또 쌓인다. 물론 지난 경험에 비해 나이를 네 살이나 더 먹었으니 신체적 노화도 한 몫하겠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많은 것이 다르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세상의 모든 축복이 우리 가족에게 향했던 첫째 아이. 그만큼 사랑이 가득했고 그에 따른 자신감도 충만했다. 때문에 몸이 아픈 것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던 걸까? 둘째는 다르다, 이미 이완된 근육이라 더욱 크게 부푼 배는 훨씬 이른 시기부터 시작된 요통은 물론이요 생전 겪어보지 못한 고통과 함께 골반과 자궁저를 자극해 온다. 복대 없이는 오래 걷는 것도 힘들거니와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아이 머리가 금방이라도 자궁 밖으로 나올 듯 벌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그것뿐이랴 침대에 누울 때는 심장이 눌리는지 숨이 가빠져오고, 때문에 요리조리 몸을 돌려봐도 도무지 편한 자세를 잡기가 힘들다.  첫째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이렇죠? 하고 물어보면 다들 되돌아오는 말은 ‘첫째 때 고통을 다 잊어버려서’ 라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의사에게 하소연해도 아이를 낳아야 끝나는 고통이라 말할 뿐 별다른 처치가 없으니 임산부의 고통은 오로지 혼자 견디고 기다려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라 말할 수 있겠다.


 정! 말! 두렵다. 출산예정일에 가까워질수록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출산을 하게 되면 어쩌지, 아니 그것도 다행인지 몰라. 소변에 거품이 섞여 나올 때마다 갑작스러운 임신중독으로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어쩌나. 그럴 경우 산모는 출산 중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던데 모든 걱정이 무색하게도 내가 사라지게 되면..? 공들인 적도 없는 걱정탑은 잘도 솟아오른다. 그렇다. 출산은 산모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 임신기간 중 모두가 뱃속의 아이를 걱정하는 동안 정작 산모의 안위를 걱정하는 건 나 자신 몫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모가 겪는 고통의 과정은 가늠할 수 없으니 둘째는 좀 더 쉽다더라는 말로 위로한다. 그건 알 수 없지 그리고 세상 어디에도  쉬운 출산은 없다. 끝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자꾸 치졸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차라리 확- 낳아버렸으면, 후다닥 이 시간이 지나가버렸으면 싶다가도 그래도 지금이 몸 편할 때라는 걸 알기에 하루라도 더 품자는 생각 사이를 오가는 알 수 없는 마음!


 둘째 낳았냐 아직도 안 나왔냐, 커피 마셔도 되냐 몸에 안 좋은 건 먹지 말아야지, 과일도 많이 먹지 말라더라 하나도 했는데 둘이야 뭐, 둘째는 금방이라더라 등의 메마른 말에 괜히 외로워지는 오늘의 임산부가 부디 이 글을 읽지 않길 바란다. 여기까지 닿았다면 꽤나 불안하고 외로운 밤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래도 혹시나 와닿았다면, 나로서는 이 한마디면 충분했던 짧은 말을 전하고 싶다.


“힘들죠? 고생이 많아요.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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