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Oct 30. 2019

우리끼리 싸워서 될 일이 아니오.

팀킬은 그만

사무실에서 우리 부서 여직원 둘이 말다툼을 했다. 삼자인 내가 봤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데.. 당사자들은 꽤 날을 세우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둘 다 의욕이 넘치고 일을 잘하는 직원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서로 번갈아가며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난 그저


"아~ 그래요?"

"대단하시네요."

"그거 잘하셨네요. 정말"


이런 추임새를 넣으면서 듣고 있었다. 반면 두 직원은 상대방의 자랑이 못마땅했는지 피식 웃거나 깎아내리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 서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교환했다. 불편했다. 불길한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근무하던 부서에서도 여직원들끼리 편을 갈라서 싸우는 바람에 중재한다고 애를 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쪽 편의 이야기를 듣고 다독거리고, 한 번은 저쪽 편의 이야기를 듣고 다독거리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를 썼다.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카페에 불러놓고 전면전을 붙였다.


"자.. 뒷말하지 말기. 오늘 여기서 할 말 다 하는 겁니다. 섭섭했던 말이든, 욕이든, 마음속 얘기 다 하세요. 머리 쥐어뜯는 것 말고는 말로만 다하세요"


그랬더니 진짜로 앞에서 양쪽이 눈물을 쏟으며 싸우는 바람에 진땀 흘렸다. 그렇게 한 시간 싸움 붙이고 화해시켰더니 한동안 잠잠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자들끼리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험담을 하거나 사내에서 라인을 타는 것은 볼 수 있지만, 대놓고 편을 갈라서 싸우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여자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심리를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시기 질투라는 감정이 남자보다 더 발달한 것 같기는 하다.



직원들끼리 편을 갈라서 싸우게 되면 한쪽이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관리자 입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끼리 싸워서 한쪽이 나가는 것은 큰 타격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중재를 하고 갈등을 풀어보려고 애를 쓴다. 내가 같은 여자라면 좀 더 갈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똘똘 뭉쳐서 경쟁 부서나 경쟁업체와 싸워도 모자랄 판에 우리끼리 팀킬(같은 팀을 죽이는 것. 온라인 게임 용어) 하려고 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실체를 알 수 없고,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지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보다 당장 눈앞에 가시 같은 부서 내 라이벌을 제거하는 것이 자신이 인정받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 지금까지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을 보면 실력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남을 시기 질투하거나 비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실력 없는 사람들이 남을 깎아내려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높아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남에게 과도한 관심을 가질 시간에 스스로 실력을 쌓는 방법이 자신을 높이는 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입사원만큼 함께 하는 기존 사원도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