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작은 사건들 16

습기가득한 여름과 고양이들과 나

by moonbow
IMG_6619 2.jpg 올 여름은 딱 이 상태... 더도 더도 아닌 딱 이상태.


이 여름 정말 가혹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땀 범벅이 되고 티셔츠를 두 개를 가지고 다니고 택시비로 많이도 썼다. 다행히 마른 장마로 안개비가 계속 오던 작년 여름과는 달리 올 여름은 에어컨을 장만하여 그래도 잠시만이라도 쾌적했다. 안그래도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데다 열도 많고 최근엔 뚝 떨어진 체력으로 헉헉댔는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여름은 정말 고역인 것이다. 40도까지 오르는 온도에 정신이 상실될 지경. 고양이들은 그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생존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지 가만히 있었다.

에어컨을 설치할 때 고양이를 보시곤 기사님이 고양이 도망안가냐며 어떤 집에선 고양이가 창문 열 때 나가서 찾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그게 주인 잘못인데 왜 같이 찾아야 하냐니깐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해요, 하는 아저씨 얼굴에 땀이 어마어마.... 에휴.


나도 애들이 어차피 외부 사람이 오면 도망가서 숨어있는 걸 아니 따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느린 삼바가 한 박자 늦게 아저씨 보고 뒤뚱뒤뚱 얼빠져서 도망갔으니. 나도 미리 준비를 안한 셈이긴 하다.

IMG_6620 2.jpg


고양이들이 더위를 많이 탄다면서 고양이들때문에 에어컨 설치하는 집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기사님. 하지만 우리 고양이님들은 에어컨 소리가 싫은 지 다 도망가서 자연적인 저 방에 문열고 바깥냄새 맡고. 게다가 삼바는 옷 상자 위에 꼭 숨어서 가만히 있더랬다. 이열치열이니.


IMG_6638.jpg

그 덕에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던 왈츠만 내 옆을 지키고 내 옆에서 자고 내 사랑을 듬뿍 받고 못 채운 사랑을 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미안하면서도 안쓰러우면서도 그럴 수록 분리불안증처럼 왈츠가 변하기도 해서 걱정도 되었다.



IMG_6682.jpg

여름 내내 각 방을 썼더니 식구란 느낌이 안들어 에어컨 있는 방 내 머리 맡에 밥 그릇을 놓았다. 그리고 잡히면 눈곱을 떼어주고 세수 시키곤 사진을 찍었다.



IMG_6683.jpg

핸드폰을 바꿨더니 이런 샷을 찍게 핸드폰 냄새를 맡아주셨다.


IMG_6692.jpg

시골 내려갈 때 가방하나로 잘 싸가려고 산 백팩. 두 공간으로 분리되고 어깨끈도 튼튼한 걸로 장만했다. 그러자마자 쌈바가 잔소리하듯 가방 위에 앉아 주신다.


IMG_6784.jpg


여름은 끝끝내 불쾌하고 끈적하고 갑작스런 비로 마음과 신발을 싱숭생숭하게 적셨지만 능소화는 여름 내내 볼 수 있었다. 보는 걸로 만족하다가 두 송이 꺾어와(미안 능소화야) 이 짓거리.

미안. 고양이들아.


IMG_6776.jpg
IMG_6764.jpg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 중 하나인 멕시코 사람들은 금요일 밤부터 파티를 벌이고 파티도 많이 하고 대가족이 모여살고 매주, 주말 금요일 밤 파티 하고 파티복도 많이 사고 한다. 미국에 잠깐 예에전에 갔을 때 고모는 멕시칸들에게 옷을 팔았는데 파티복도 좀 있었다. 마리아라는 아르바이트 생은 19살인가 그랬는데 저런 큰 꽃을 귀 옆에다 꽂았다. 그것이 자연스러웠다.


IMG_6760.jpg

돈벌이가 좀 그래도 되면서 잠자리부터 바꾸자며 산 라텍스. 침대를 사냐 뭘 어떻게 사냐 고민고민하다가 겨우 산 라텍스. 그게 담겨져 있던 긴 상자를 침대로 아주 잘 쓰고 있는 삼바.



IMG_6508 2.jpg

참 예쁜데. ㅋㅋㅋㅋ 억지로 안았나. 아님 잘 못 찍었나. 이상하게 찍혔네.

너도 여름이 싫지? 그래도 고양이들은 습습해도 내내 뽀송뽀송. 털 뿜뿜. 털이 아주 아주 난리도 아니였다.

IMG_6525 2.jpg

하도 얼굴보기가 힘들어 놀이 중. 가족이란 인식을 더하고자 목에 부엉이 모양의 아주 작은 펜던트와 보라색 가죽끈으로 넷이 같이 맞춰봄.


IMG_6430.jpg

삼바도 했으나 이상하게 안 보임. 살때문은 아님. 손이 다친건. 고양이 때문이 아니였다.


IMG_6490.jpg

츄르도 얼굴을 보기 위해 샀다. 이렇게 대용량으로 사본 것도 처음. 삼바는 츄르보단 사료파고. 누나들에게 밀리기 때문에 관심있는 척하다가도 '히잉!' 그러고 가버린다. 그래서 그냥 라라랑 왈츠 위주로 주고 나중에 삼바주면 냄새맡고 도망간다. 그렇다고 싫어하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다. 발에 묻혀 주면 잘 먹는다.


IMG_6544 2.jpg

왈츠랑 삼바 침대. 특이하게 라라는 절대 안올라간다. 왈츠 표정이랑 포즈가 너무 웃겨서.


IMG_6553 2.jpg

뭔가 동그란 바구니를 사주고 싶었다. 투명 볼을 사주면 다른 집 고양이들이 잘 앉아 있던데.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고르니 너무 비싸서 저걸 골라봤는데 왈츠가 잠깐 저렇게 쓰고 그래서 걍 내가 잡동사니를 담아주고 유용하게 쓰고 있다.


IMG_6595.jpg


깃털과 라라. 예쁘다.

IMG_6596 2.jpg

"뭣이라?" 라고 하는 표정.


IMG_6980.jpg

항상 내 옆에 붙어 있으려는 왈츠. 따뜻한 온기가 좋다. 맨살에 닿는 촉감도 좋다.

이제 내 라텍스도 잠방으로 옮기고 에어컨이 있는 방은 다시 작업실이 되고 시원한 바람도 분다.

올 해 하기로 했던 목표들도 다시 장마가 지나간 흙탕물이 가라앉고 고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갑자기 이런 하늘과 구름. 귀뚜라미 소리. 시원한 바람 들이 한 순간에 지나가버릴 까봐 무섭다. 한 동안 너무 쓰지 않았다.

keyword
이전 17화고양이와 작은 사건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