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모든 것은 내 몸에 남는다
어느 겨울, 서른 살의 딸에게 아빠가 숙제를 내줬다. 꽃동네에 가서 봉사를 하고 오라고 했다.
우리 집은 모태 천주교였기때문에 어린 시절 꽃동네를 만든 할아버지의 동화를 보았다.
그 봉사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겨우겨우 갔다.
내가 배정된 방은 여성 환우들이 있는 방이었다.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왜 문제가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 분들은 더 나아지는 것보다는 나빠지지 않게 치료받고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분들이었고 식사를 도와주거나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거나 하는 일이 내가 할 일이었다.
여성 병실은 하나 뿐이었는데 그 중 한 분의 상태가 가장 안좋았다.
첫 날에는 그 분을 멀리서 보기만 했다. 다음 날 식사 시간에 그 분에게 밥을 떠먹여주게 되었다.
온 몸으로 밥을 거부했다.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모든 근육이 마비되어 거부하는 움직임조차 힘겨워 보였다.
그러면서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이 컵을 뒤엎고 두 팔을 양 옆에서 잡자 부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듯 목과 머리에 힘을 더 주어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보다 못한 수녀님의 와서 자신이 돌보겠다고 했다. 난 일단 주변을 치우고 다른 병실로 갔기때문에 그 분이 식사를 마쳤는지는 몰랐다. 한 참 후에 돌아오니 그 분은 잠들어 있었다.
마지막 날 아침 그 분의 아침 식사를 맡았다. 전체 회의가 있는 지 수녀님도 안계셨다.
죽을 살살 떠서 떠 드렸다.
살짝 힘이 빠진 입에 죽을 한 술 넣어드리자 드시는 듯 했다.
만 몸이 음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듯 입 가에 죽이 흘렀다.
한참을 입에 넣어드리는 죽보다 흐르는 죽을 닦기에 바빴다.
주변에서 식사를 빨리 시키라고 독촉해서 마음이 급해진 난 억지로 죽을 한 숟가락 넣었다.
힘이 좀 들어가자 그 분은 완강히 식사를 거부하며 입안의 죽을 크게 뱉고 발작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셨다.
나는 밥알 세례를 받았다.
그 때 그의 몸에서 느껴졌던 감정은 억압이었다. 그의 몸은 오랜 시간 폭력에 반해 버텨온 느낌이었다. 오로지 내 추측과 느낌으로만. 그는 돌처럼 굳은 몸 안에 자신을 가두고, 아니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숨겨놓고 몸을 감옥으로 만든 것 같았다.
그 강렬한 느낌과 내가 느낀 감정은 큰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잠시라도 그 분에게 강압적으로 숟가락을 가져다 댄 것이 미안했다.
그 분의 정확한 병명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마비된 몸에서 뿜어내는 힘,
움직여지지 않는 몸, 움직이려 하지 않는 몸.
굳은 힘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켜켜이 쌓인 흙이 돌이 된 듯 무거웠던 몸.
내가 돌아가기 전에 그 분은 정밀 검사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병동을 떠나셨다.
시트를 갈고 빈 자리에 겨울 햇살 한 줌이 들어왔다.
그 굳어진 몸 안 켜켜이 쌓여 있는 것들은 그분의 삶, 병, 억압, 불운, 그 모두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내가 겪은 모든 것은 내 몸에 남는다.
* 감각이 선명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기분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느 ㄴ<감정이란 무엇인가>(1884) 라는 논문에서 직접 상담했다 한 여서성에게서 ‘감각의 무지각’을 관찰했다 충격적인 사례를 보고했다.
“저는 .. 인간이 가진 감각이 없어요. (...) 제 감각 하나하나가, 저 자신이라 할 수 있는 몸 구석구석이 저와 분리된 것 같아요. 제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아요....”
* ..<현재 상황에 관한 느낌 (The feelings of What happens)> 에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달맞이는 자기에 관한 감각과 우리 몸에 대한 감각은 완전히 분리된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시적으로 설명했다. “때때로 우리는 사실을 발견하는 대신 사실을 숨기는 데 마음을 활용한다. (...) 이 차단막(screen)이 가장 효율적으로 숨길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몸, 즉 우리 자신의 신체로, 몸의 안쪽, 내면으로부터 감출 수 있다. 피부에 베일을 드리워 품위를 유지하는 것처럼, 그 차단막은 몸의 내적 상태, 즉 매일 세상을 거닐며 삶의 흐름을 구성하는 마음을 부분적으로 없앤다.
-<몸은 기억한다> _ 베실 반 데어 콜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