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작은 사건들 7.5

숫컷의 중성화 - 이건 정말이지 다른느낌.

by moonbow
IMG_1177.JPG 삼바 _ 취급주의해주세요_



삼바는 우리집 막내 입니다.


주로 강아지를 키워온 저입니다만 삼바는 처음부터 뭐랄까 조금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왜 엄마가 아들에게 갖는 감정이 특별한 지 아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요.


IMG_0098 2.JPG 유독 잘 놀라고 심각하지만 그 모습이 우습고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삼바
IMG_0270.JPG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택배상자 메시지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삼바



P20160125_225210178_8E50C1D3-A474-4456-9C76-DDE0E690A84E.JPG 고양이와 상자의 관계는 미스터리


삼바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통틀어 제가 키운 최초의 아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 지 참으로 묘한 인연이 우리 삼바와 저와의 묘연입니다.





IMG_0535.PNG 호기심 가득한 시절. 화장실이든 어디든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던 아이들.
IMG_1569.JPG 유독 날 잘 따랐던 삼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주로 '치즈냥이'라고 불리는 이런 노란 아이들이 애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주사맞히러 동물병원에 갔을 때도 봉사활동가셨다가 어깨에 '툭' 손을 올리고 가만히 있는 (마치 '야! 나 안데려가냐옹?'이라고 말하듯이) 노란 치즈냥이를 입양해오셨다는 의사샘말을 들었거든요. 애교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IMG_2724.JPG 네 마리의 아이들 중에서 두려움없이 엄마찾듯이 가슴위까지 올라왔던 유일한 아이 삼바


삼바는 구조했던 아이들 중에서 가장 뭐랄까 저를 당연히 엄마, 보호자, 누나로 받아들였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이것저것가지고 놀 때 제 배 위로 유일하게 올라왔던 아이였고 다른 아이들은 제 다리나 발에서 알짱거릴 때 유일하게 삼바만 그냥 처음부터 제 얼굴을 보고 다리 위로, 배 위로, 어깨위로, 가슴 위로 올라왔었어요.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이지만 그러니 날 보호해달라고 근데 너는 누구냐며 제 얼굴을 요리보고 조리보았던 삼바였어요. 정말 이건 '살살 녹는구나.' 맘을 그냥 녹여버리더라고요. 사실 이 때는 네 마리 아이들이 입양이 안되면 어쩌나, 그 사이에 정들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던 시절이라 정안들일려고 사진도 일부러 안찍고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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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어린 아이들이 첫째 라라로부터 분리해서 다른 방에 두었는데 계속 절 쫓아오는데 그냥 이건 아기냥이들의 습격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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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서 잠들고 어깨에 앉아 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던 유일한 아이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내심 마음 속에는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 중에서 이 아이는 입양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할까요. 그러면서도 확실히 얘는 그냥 내가 입양할래,라고는 마음먹을 수는 없었어요. 둘째나 다른 애들을 들이겠다는 준비도 마음도 없었기때문에....

IMG_1574.JPG 발 아래서건 가슴에서건 놀다가 잠들던 시절.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그 아깽이(나중에 알게 된 아깽이.= 아기고양이, 라는 고양이 용어(?)) 시절이 이렇게 빨리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금방 발정기가 오고 10월 23일에 데려온 이 아이는 2월 둘째 주에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됩니다.


예약전화를 걸었습니다. 집에서는 멀지만 서울시에서 지정한 중성화 병원 중에 한 곳을 갑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예전 동네에서 한 번 간 적이 있던 동물병원 의사샘이 하시고 계시더군요. 잠실쪽에 위치한. 전화를 걸어서 중성화 수술을 예약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또 중성화수술을...(아니 어떻게 고양이를 더 입양하셨죠? 참...어쩌다..그렇게 되셨어요?..라는 속마음이 들리는 듯..)"


"아..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이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삼바입니다. 지금 한 5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무게는 꽤 나가고요. 2.5킬로그램은 넘어요."


그리고 여기서 의사샘이 정말 진지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삼바의... 고환은 한 개 인가요? 두 개 인가요?

(엄청 진중, 진지, 진지함 100)"


나: """""""""""""""" (뇌에서 땀나는 중...)

두 개 인 것 같아요...


사실 남아는 키워본 적도 없고 해서....고양이는 성별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 지도 몰랐던 1인.

게다가 강아지는 많이 키워봤는데도 남자 강아지는 키워본 적이 없어서 남아의 '소중이'가 hard(딱딱)해져,발기해서 나온 건 줄도 모르고 무슨 탈장이나 잘 못 된 줄 알고 놀랬던..(그것도 30세에...)


그리고 삼바는..병원 진찰실에 가게 되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삼바의 땅콩이를 만져보시더니


의사샘: 아이의 고환이 매우 작군요.(진지, 약간 생각에 잠긴 듯한 목소리..)


나: 네??! 그게 무슨... 수술하는데 문제가 ...혹시..있나요?


의사샘: 아니오. 전혀 문제 없습니다.


나; (그럼 왜 말하는거지....우리 삼바가 자존심상하진 않았겠지..)


그리고 삼바는...

아주 간단하게 땅콩이를 떼어내고 남자로 성장하지 못한 채 소년으로 계속 남아있게 됩니다........



IMG_4754.JPG 나에게 무슨 일이....일어난건진 모르겠지만 왠지 슬프다.

그때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 아들이, 우리 아이가 땅콩이가 작다니!.....은근히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ㅎ... 웃픈.. 괜찮아 삼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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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던 삼바는 그 이후 뭔가 은퇴한 남자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 짠합니다...

사냥본능도 많아서 놀아주다보면 장남감을 물고 어디론가 가져가려는 성향이 있었는데 이젠.... 소파와 한 몸이 된 폐인처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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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귀엽고 애교많은 '삼바(심바 아니에요, 쌈바~)'로 좀 잠은 많지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 성향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삼바가 누나들 틈바구니에서 기를 못 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중성화 이후 식탐이 엄청 늘어난 라라보다는 삼바는 오히려 식탐이 줄었어요.


간식이나 통조림을 줘도 젤 늦게 오거나 관심이 없고. 쓰다보니 안쓰럽네..따로 몰래 츄르를 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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