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작은 사건들9

미묘(아름다운 고양이)는 미묘(잃어버린 고양이)가 되고

by moonbow

그래도 다행인건

새로운 공간에 있고 이동이 있었기때문에 고양이 방울 목걸이를 해두었다는 점이다.


가만히 다른 이의 작업방에 앉아 있으니

나도 낯선데 얘는 얼마나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을까.


외동이 천직인 엘립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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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사이 좋게 '보이는' 적도 아주 가끔 있었지만 하얀 놈이 없어지자 마자 아주 신났다고 나에게 와서 온갖 아양과 애교를 부리면서 배를 보여주고 온 몸을 꼬았다. (미안 엘립아)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올리 만무할터. 조금은 신기하긴 했다. 둘이 그래도 막 치고 박고 싸우진 않았지만 서로 정말 안맞았는데 참고 지냈구나, 싶긴했다. 고양이들이 2주 정도에서 서로 친해지지 못하면 그건 이미 글른 거라던데.


IMG_1715.JPG 다행히 지금은 세 명의 집사를 거느리며 '하트'로 개명하고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가끔 보고싶다. 개그를 많이 안겨줬는데.백치미최고


여튼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라라를 찾아야했는데 밤도 늦었고 더운데 이리저리 프린트하고 붙이고 몇 바퀴를 돌면서 자동차 밑이며 구석구석 찾느라 지쳐서 밥도 안먹고(내가! 내가! 밥을.)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데


아주 희미하게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가보면 정적이 흐르는 집 주변. 개미 한마리도 없는 것 같은. 밖에 놔둔 캔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들어와 심난하게 머리를 싸매고(옛날 드라마에서 자식이 사고치면 엄마가 머리에 흰 띠 두르고 눕는 것처럼) 누워서 눈 좀 붙이려고 하면 또 희미한 방울 소리.


환청인가, 싶어서 밖에 나가면 또 나뭇잎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정적이 흐르는 고요한 밤.


자꾸 왔다 갔다 하니 옆 방 분이(같이 걱정해주시고 해서 고마웠다) 방울소리 또 들렸다고 다른 창문 쪽을 얘기해 주셨다. 그래서 나만 들리는 게 아니라 밖에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이번엔 다른 반대 편에 담을 넘어서(끙;;) 다른 집 사이에 철창 사이에 몸을 구겨넣고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배수로같이 생긴 사잇길로(도둑이나 다닐법한..)


한 발


한 발


한 발


엉금 엉금 걸어서 갔다.


그랬더니 작고 낮은 지붕위에 허연 조그만 덩어리가 있었다.


마치 기적처럼.


매우 어두웠는데 하얀 둥그런 털덩어리가 눈 앞에 나타난 순간 울컥 눈물이 나고 기뻐서 소리를 칠 것 같았는데(절대 절대 그러면 안된다. 한 번 놓치면 조심성많은 고양이는 더 멀리 더 깊숙이 숨는다.)


꾹 참고 살살

"라라야. 라라야."라고 불렀다.


하지만 날 본 라라는 지붕 끝 부분까지 옮겨가버렸다.


몸을 숙이고 아무 말도 안하고 조용히 있었더니 한참을(내겐 한 참이지만 3분정도?) 경계하듯 이리 저리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게 눈을 고정시키더니 집중해서 날 바라봤다. 그래서 또 "라라야. 라라야."라고 불렀다.


한 발 한 발 내쪽으로 다가왔다.

손을 내미니까 킁킁 조그만코로 킁킁 거렸다.


그때였다. 내 앞으로 도망치려는 이 놈을 그냥 확 안았다.(라라는 아주 아주 민첩하진 않다. 조심스럽고 겁이 많고 또 아마 어렸을 때부터 계속 야생 길 고양이로 산 건 아니어서 그럴 거다. 반면에 한국 토종 고양이들은 정말 민첩한 것 같다)


아주 잠시 저항하려고 하더니 그래도 품에 잘 안겨 있고 내 냄새를 확인한 건지 혼돈 속에서

하악질을 해서 집 잃어 버려서 고생시킨 엄마가 울면서(울진 않았다) 아이 엉덩이 때리듯 궁뎅이를 때려줬다. 그러더니 어이 없게 골골송을 부르시고 휴우.


품에 안으니 어찌나 그 마음이 절절하던지.


또 한번 맺어준 묘연인 것 같아 더 소중하고 애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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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고생이지.


하지만 이 것이 라라의 마지막 탈출기가 아니었으니.....쿠궁...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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