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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

by 하일우 Apr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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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상태로 실려왔다. 40대 후반의 남성. 119 대원이 일러준다. 식당 안에서 쓰러졌다고. 침상에 누워 송장처럼 요지부동. 묻는 말엔 묵묵부답. 시간차를 두고 그의 방광이 흥건하게 응답한다. 축축해진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채우자 야성이 비로소 꿈틀댄다.

환의로 갈아입히려는 우리의 손길을 야멸차게 뿌리친다. 육두문자 살포하며 응급실을 휘젓는다. 저지하려는 우리를 대련 자세로 위협한다. 새하얀 기저귀 두르고 발차기를 뽐낸다. 스트리트파이터의 달심이 실사판. 성큼 다가가 오류겐(乘龍拳) 날리고 싶었으나, 이성이 야성을 지그시 누른다.

과장의 체통을 유지하며 사태를 관망하다 민중의 지팡이 호출. 출동한 경찰이 수갑을 채우니 의외로 고분고분하다. 난리 블루스 단속하고 사복으로 갈아입힌다. 신원을 조회하니, 웬열~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자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을 텐데, 여기서 덥석 덜미 잡히네. ER이 그런 역할도 하는구나.

P.S.
출근해서 아침에 뽑은 일진 타로가 'JUSTICE'였다. 이 이벤트를 암시했던 건가. 뭔가 뿌듯하다. 부조리와 불의가 판치는 세상. 그러나 결국엔 사필귀정.


#응급실 #난동 #주폭 #스트리트파이터
#술_마시면_개_되는_개인기_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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