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 노꼬메오름에 있었다. 제주의 황홀한 풍광에 홀려 온갖 감탄사 연발하며. 오 사장과 하산하는 길. 파릇파릇한 청소년들이 천진한 눈망울로 올라온다. 우리랑 눈을 마주친 아해들은 한결같이 물었다. "아저씨,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얼마 안 남았다고 알려주면, 입을 모아 외친다. "고맙습니다. 조심히 내려가세요." 뉘 집 애들인지 참 인사성 밝네. 그들의 해맑은 에너지가 봄날의 정취를 더했다. 준석이와 눈 마주치며 거의 동시에 중얼거렸다. "세월호 아이들이 딱 저랬을 텐데..."
다시 봄이다. 잔인한 4월. 진실은 잠겨 있고, 실망만 떠오른다. 실망하기 싫어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무심해졌다. 그게 불현듯 송구스러워 서울 서촌에서 얻은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달아뒀다. 잊지 않아야 잃지 않으니까. 잊지 않으면 죽지 않으니까.
터벅터벅 퇴근하다 상당공원에서 멈칫.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서명을 하고 행사 참관. 촛불 들 일이 없는 세상을 잠시 그렸다가 금세 지운다. 개꿈이지. 행동하지 않는 한. 노란 쪽지에 빼곡히 적힌 <4.16 인권선언>을 찬찬히 훑는다. 여운이 짙다. 인생 모토로도 손색이 없다.
"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해치는 구조와 권력에 맞서 가려진 것을 들추어내고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갈 것이다."
#세월호_참사_2주기_진실규명_촉구_충북대회
#청주_상당공원 #방법이_없지는_않죠_유시진
#함께_손을_잡자 #함께_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