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에 찍혀 발생한 우측 새끼 손가락 열상으로 55세 여환이 내원하였다. 마취과 전공의가 될 여자 인턴이 초진 후 내게 와서 보고하였다.
“소동맥이 건드려졌는지 출혈이 심합니다.”
“네가 꼬맬 수 있겠니?”
“아…”
인턴 과정 중에 한 번도 봉합을 해본 적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길래, 내가 그냥 꼬매기로 하였다. 울퉁불퉁 난삽하게 찢어진 살점을 가지런히 잘 붙여 깔끔하게 지혈하였다. 마무리 드레싱을 하려는데, 환자분이 물어보신다.
“과장님이 꼬매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응급의학과 과장님쯤 되려면 몇 살이실까요?"
"저 몇 살인 거 같은데요?"
"30대 중반?"
“저 올해 45살입니다."
"아~ 엄청 젊으시네요."
"명절 덕담 감사합니다."
30대 중반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되어서 10년쯤 흘렀다. 10년 뒤에도 여기에 있을까 하는 질문이 잠시 스쳤다. 어디서 뭘 하든지, 젊어 보인다는 소리는 계속 듣고 싶다.
그나저나, 명절의 ER이 부디 무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