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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메르 Aug 30. 2024

아둘맘 대학원 졸업기

일과 육아, 공부까지 하게 된 트리플잡 스토리

처음부터 대학원에 가려던 것은 아니었다.
수원으로 회사에 다니던 시절, 회사가 멀어서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이른 새벽 출근을 하면 8시쯤 눈을 뜨면 아들은 1시간 동안 운다고 했다.  잘 때는 분명 옆에 있던 엄마가 아침만 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니까...

그런데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당시에는 회사를 옮길 용기도 없었고 그만둘 용기는 더더욱 나지 않았다. 그리고 둘째를 가지게 되었고.. 또다시 육아휴직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다시 회사에 나가야 되는데, 첫째 때 그 악몽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다. 방법을 간구하다가 회사에 연수휴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MBA를 할까 고민을 했지만 나중에 박사를 할 생각도 있었고 그렇다면 논문 쓰는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일반대학원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일반대학원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힘든 공부인지 모르고....

매주 10개 이상 영어로 된 논문을 읽고 써머리에, 발표에, 토론에.. 힘들었다. 근데 수업이 있을 때만 학교에 가면 되고.. 나머지 시간은 애들 원에 가 있을 때 하면 되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내 손으로 애들 준비시켜서 원에 보내고 가 있을 동안 또 공부하고. 집에 오면 또 챙겨주고.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내가 해줄 수 있다는 게. 아침에 눈뜨면 옆에 있어줄 수 있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챙겨줄 수 있다는 게.
매일매일 행복하다 생각했다. 회사 다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공부와 육아 둘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2년을 지내고 나니 정신적으로는 좋았는데 몸이 힘들었는지 졸업할 때즈음 코로나에 걸리고 대상포진에 걸리면서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내가 왜 이런 선택들을 하게 됐을까? 내가 애들 학교 보내고 회사에 갈 수 있었다면? 저녁 먹기 전에는 집에 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일주일에 최소 한 번쯤은 재택근무가 가능했다면?

학교에 다녔기에 가능했었던 것들... 비록 회사 다닐 때보다 적은 시간을 쓰며 공부했지만 집중력과 효율은 최고였다. 한정된 시간에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정말 미친 듯이 집중해서 다 끝내버렸다. 대학원은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주에 해야 되는 과제들이 있고 수업에서 토론형식으로 내가 공부한 것들을 토대로 대화를 나눈다. 과제를 읽어오지 않으면 토론을 할 수 없다. 대학원 동기들 선후배들.. 수업시간 외는 다들 어딨는지 모른다. 누군가는 도서관에 짱 박혀 있고 누군가는 집 근처 카페에서 공부한다. 단순히 공간에 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얘기한다. 다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있다.




왜 회사에서는 이 방식이 안될까? 왜 9-6가 있고 다들 집중이 되던 안되던 한 자리에 모여서 여기 있음을 '물리적으로' 입증해야 할까?
답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고 '관리'라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하는 일보다 협업이 많아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위계구조가 중요하고 위에서 지시한 사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완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ad-hoc적인 일자체를 '관리'할 수 있다면? 일의 루틴을 만들어 정해진 시간에 결과물을 가지고 좀 더 deep 한 토론을 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입증이 아닌 결과론적인 입증이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나도 안다. 이러한 일의 형태, 조직의 형태가 너무나 이상적이라는 것을. 사람은 완전하지 않고 조직은 여전히 위계 속 안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연유로 나의 이야기는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다. 누군가는 이야기하지 않으면 논의조차 될 수 없는 아주 작은 이야기.

2년 동안 경영대학원에서 너무나 값지고 귀한 지식들을 배웠다. 평생 모르고 살아갔으면 억울했을 뻔했던… 내 학창 시절을 통틀어 학문에 대해서 최고로 진지했고 진정으로 배움의 기쁨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했던 의문들이 마음에 남는다.

더 공부하고 더 경험하면서 앞으로 세상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또 달려갈 새로운 길 위에서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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