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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메르 Sep 13. 2024

엄마의 고독

고독과 우울 사이에서

어제는 왠지 좀 고독한 하루였다. 종종 일상 속에서 고독의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 이 감정이 고독이란 걸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이 감정을 느낀 것은 20대 초반, 우정도 사랑도 머물렀다가 이따금 멀어진다는 사실을 깨닫았을 때이다. 말갰던 청춘에 사람은 항상 함께 즐거울 수 없고 각자 간의 거리를 필요로 하며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도 중요하단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때 나의 감정은 고독보다는 우울에 가까웠다. 10대 때는 가족과 친구들이 항상 곁에 있었는데 20대에는 혼자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았다. 혼자 있는 법에 대해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나 역시도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다. 어련히 혼자 알아서 터득해 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당시의 외로움은 고독보다는 우울함에 가까웠다. 




고독과 우울은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상당히 다른 감정이다. 고독은 우울에 비해 주체적이고 자기 독립적이다.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혼자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나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들이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반면 우울은 어떤 외부적 사건이나 내면적 생각들로 인해 감정적으로 부정적인 상태이다. 우울의 특징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심연에 압도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도 어찌할 수 없는 감정들에 압도될 때마다 나는 필연적으로 책을 찾았다. 읽고 줄 긋고 쓰는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나 스스로를 찾을 수 있었다. 읽고 쓰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우울을 고독으로 변환시켜 주는 과정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울이나 고독이나 그 시발점은 외로움인데  감정이 뜻대로 컨트롤되지 않고 심연 속으로 무너져 버리는지 아니면 외로운 와중에도 평화로움을 유지하면서 그 상태를 즐기는지는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서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속에 외로움이 스칠 때, 나도 모르게 우울보다는 고독을 선택하려 하는 것 같다. 사람은 혼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 시간들을 나를 위한 시간들로 기꺼이 써 내려가면 그 시간들은 보석이 되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외로움도 고독도 하물며 우울까지도 그다지 두렵지 않은 감정이 되었다.


바야흐로 디지털의 시대다. 나 역시도 일하거나 공부할 때는 노트북이 나의 솔메이트가 된다. 그러나 일이 아닌 삶, 그리고 나 자신과 마주할 때는 언제나 노트와 만년필이 필요하다. 하얀 노트 위 여백 속에서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쓰면서 나를 만나는 그 시간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망원경으로 관찰한 진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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