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메르 Sep 16. 2024

너의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싶어

회피동기와 접근동기

요즘 '생각실험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 제이가 어느 날 나에게 와서 물었다.

엄마는 회피동기로 일해 접근동기로 일해?


의외의 고차원적인 질문에 난 잠시 멈칫했다.

이내 엄마로서의 권위를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태세를 바꾼 나는

"당연히 접근동기를 일하지!"라며

나의 짜치는 현실을 애써 감추려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너는 어떤 동기로 공부하는데?" 물었더니

"난 회피동기지"하며 날 가리켰다.(? 0_0?)


난 사실 진짜 하루종일 빈둥빈둥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서 구르고 있는 제이를 보면서 10번 참다가 인내심이 한계에 달아 참지 못할 때 딱 1번 얘기하는데 그게 제이 귀에는 너무나 듣기 싫은 잔소리로 들렸나 보다. 하긴 나도 어릴 때 그렇게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건데, 하라고 하면 오히려 왜 이렇게 하기가 싫던지.


회피동기는 부정적인 결과 혹은 불쾌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동기이고, 접근동기는 긍정적인 결과 혹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려는 동기이다. 우리는 과연 일상 속에서 어떤 동기에 의해서 움직일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행동 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주장한 이 손실회피의 법칙(Loss Aversion)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속에서 더 강하게 작용한다. 회사에서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회사에서 내가 이 일을 마감기한 내에 끝내지 못하면 부장님께 혼이 나고 고과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이 일을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낸다면 나는 칭찬도 받고 고과도 잘 받을 수 있다. 내가 만약 이 2가지 상황에 처한다면 나를 강하게 push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항상 마감기한에 쫓겨 1분 전 제출하고 나서야 안도하는 내 모습이 말해준다. 주식에서도 마찬가지다. 100만 원을 벌면 좋지만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100만 원을 잃으면 너무나 고통스럽고 다시는 주식장에 발을 들이지 않으리 굳은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기적으로는 접근동기를 갖고 살아간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나 원하는 이상향을 꿈꾼다. 그런데 이 접근동기라는 것이 생기기도 어려울뿐더러 지속되기도 참 쉽지 않다. 나도 이런 접근동기를 갖기까지 나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꽤 오랜 기간 고민하고 생각하고 나서야 조금씩 그 방향성을 찾기 시작했고 이제야 조금씩 그 닻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하물며 10살 아이는 어떻겠는가. 아주 막연한 미래에 대한 바람만 있을 뿐 내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10살 아이가 안다는 것이 되려 신기한 일이다.


접근동기 없이 회피동기로만 아이의 행동을 유도할 수는 없다. 나의 끈질긴 잔소리로 아이에게 회피동기를 일으켜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게 할 수 있고 아마 그것은 더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런데 회피동기의 문제점은 그 과정 속에서 부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지루함, 두려움, 불안과 같은 감정들이 공부하는 시간들을 촘촘히 매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공부는 그냥 딱 봐도 하기 싫은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그래서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제이에게 접근동기를 갖게 해 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목표를 정해주고 싶고 과정을 즐기면서 성취감을 얻고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근데 그게 말과 다르게 너무도 어렵고 오늘도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고 결국에는 호통을 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육아는 역시 수양인 것을.

오늘도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착실히 극복해 나가 봐야겠다. 


이전 05화 엄마의 고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