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브랜드를 론칭하고 성수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엄마들이 론칭한 브랜드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엄마들이 론칭한 브랜드라니.. 왠지 감격스러워 걸려있는 브랜드 스토리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보았다.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단지 예쁜 소품들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엄마의 삶 속에서 고군분투한 흔적이 느껴졌기에 단순한 제품으로 보이지 않고 열정과 노력이 담긴 하나의 작품으로 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이 브랜드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 엄마들은 밤잠을 쪼개며 무수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낮에는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 간 틈을 타 후다닥 일을 처리하곤 하교 후에 이어지는 지난한 라이딩 라이프 속에서 쌓아 올렸을 공든 탑일 것이다.
이는 비단 엄마 한 사람만의 노력이 아니라 주변 가족들의 이해와 희생이 담겨있으리라 감히 짐작해 본다. 남편은 생계를 책임지며 아내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했을 것이고,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연로하신 몸으로 아이들을 돌보시며 딸이나 며느리의 삶을 묵묵히 응원해 주셨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마 시간에 엄마를 빼앗긴 채 조금은 외로운 일상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이 브랜드들은 한 사람만의 노력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사랑과 희생이 담긴 것이다. 엄마의 삶에서 시작해 그 주변 사람들의 일상에까지 생각이 닿자 세상에 나와 빛을 본 이 브랜드들이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브랜드’라는 것은 엄마의 삶과 참 많이 닮아 있다. 브랜드라는 것은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과 경험인데 하나의 브랜드로 태어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본질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본질이라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자아성찰에서 나오게 된다. 엄마들은 여자로 세상에 태어나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깊어진다. 선택의 여지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남성이자 아빠들의 삶 역시 그 무게가 막중하지만 여성들은 오히려 엄마의 삶이냐 사회인으로서의 삶이냐는 것을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여성들의 엄마로서의 그리고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 브랜드 속의 주인공들은 이러한 막중한 선택의 무게 속에서 위기를 기회를 바꾸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세상에 빛을 본 이 브랜드들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한 조각이자 열정과 희생의 결정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큰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일과 공부를 하면서 많은 고민과 도전을 맞닥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뇌의 여정이 나만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용기를 잃지 않고 한 발작씩 나아가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