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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슬로 Dec 22. 2022

근황

22.12.22

중국 개발자들은 코로나에 걸리고, 우리 PO는 유럽 갔다고 휴가를 내서 내 업무가 붕 뜬 나날들. 어젠 갑자기 너무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서 안절부절못했다.


사촌은 Y대에 붙었다고 연락이 왔다. 거의 집안 경사다. 붙은 소식을 제일 먼저 누나들에게 알려주었는데 기특하면서도 동시에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나는 수시를 다 떨어지고 정시로 너무 정직하게 대학에 가서 그런가. 그치만 엄마랑 동생이 그래도 우리 집안에서 제일 똑똑한건 나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상담은 이제 공식적으로 2주에 1회가 되었다. 요즘이 아마 살면서 제일 아무 생각없고 평온한 나날들일텐데 그 얘길 하니 선생님이 바로 2주에 1회를 결정하셨다. 내년엔 종결까지도 바라볼 수 있겠다고 하셨는데 사실 잘 상상이 안 간다. 지금의 상태가 올 거라고 생각도 안해봤지만 종결 이후의 세계는 도대체 어떤 모습인가. 그땐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을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애를 쓰는 내 모습 뒤엔 오랜 시간 나의 진짜 모습이 가려져 있었던 것 같다. '자유로운 영혼'. 구속받고 지적받는걸 제일 싫어하고, 의심이 가고 잘 모르겠는 부분엔 딴지 걸고 들이받아봐야 하, 재밌는 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내 사람에게는 아끼지 않고 사랑을 붓는 사람이 나인 것 같다. 조금 서툰 면모는 있을 지라도! (도대체 일을 재밌어서 어떻게 하냐? 라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껏 재미 추구하면서 잘 살아왔다. 일도 공부도 재밌어서 한다.)


물론 괴롭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대체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한숨 자고 운동하고 샤워하면 많은 부정적 감정들이 해결되는 것 같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한번 떠올려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내 인생을 믿어보고 다시 할 일 하러 가는 것 같다. 오늘은 내가 상사에 비해 한참 무능한 것 같아서 괴로웠는데 그와 동시에 "넌 똑똑해" 란 말을 요즘 너무 많이 들어서 (잘난척 하는게 아니고 진짜 그런건지 잘 모르겠음.. 살면서 늘 나보다 머리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난 매일 뚝딱거리는게 일상인데?! ) 똑똑하다면 이까짓 문제들은 금방 해결할 수 있을텐데, 머리야 굴러라 라고 수없이 주문을 외우는 것 같다.


내 안에 아니면 세상에 또 어떤 어둠이 있어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 웅덩이에서 날 끌어내는 건 주변 사람들의 사랑,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끝내는 나 자신이더라. 엄마아빠가 자식을 위해 모두 상담을 받는 사람은 정말 드물단 얘기를 듣고 난 최고의 사랑을 받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어제도 맛집지도 줘서 고맙다고  도쿄바나나 프로마쥬 어쩌구에 귤 선물 받았는디 오늘도 다른 동료한테 귤 받았다. 어유 나 사랑 많이 받네..


요즘은 내게 오는, 그리고 내게 있는 사랑을 가만히 느껴보려 한다. 사랑을 많이 받은 존재는 빛이 난다고 한다. 새해는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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