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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종 Jun 04. 2018

농심

여기저기 오라는 곳마다 체신머리없이 쫄래쫄래 댕기다가 2주만인 어제 밤에 생가로 돌아왔다.

보름 전에 심어놓은 고추와 가지, 호박과 들깨가 죽지못해 산듯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밭을 일구었다. 비닐을 깔고 어제 농원에서 사 온 고구마를 심었다. 물을 넉넉히 주고나니 미안한 마음이 좀 덜하다.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이집 농부는 무에 그리 바쁘노!


마음대로 글을 쓰고, 세상에 볼만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인생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

부득불  예술가에게는 후원이 필요하거니와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결국 차라리 스스로 후원할 수 밖에 없으므로 효율적인 살림살이를 모색하느라 동분서주하는데, 그 와중에 애꿎은 곡식들을 말려죽일 뻔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타들어가는 곡식에 물을 듬뿍 주고, 농부의 마음으로 지혜를 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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