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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Nov 21. 2023

'느린 학습자'를 아시나요?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성 지능 장애

훈이와 호야


어릴 적 기억의 소환은 이제 제법 공을 들여야 가능한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몇몇 장면은 이따금 의도하지 않아도 떠오르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훈이와 호야'라 부르던 고모의 쌍둥이 아들, 즉 고종 사촌 형들에 대한 기억이 그러하다.


훈이와 호야는 더듬어 보는 기억으로 나보다 10살 정도 많은 덩치 큰 쌍둥이 사촌들이었다. 그리고 덩치만큼 힘이 세었고, 먹성 또한 엄청났던 기억이 있다. 취학 전에 살던 작은 상가의 옥탑 층인 우리 집은 명절에는 북적대기 일쑤였다. 조부모와 고모 삼촌들이 함께 지내던 넓지 않은 그 집에 부친의 아홉 형제와 그 식솔들은 때마다 상을 받아 들었다. 어린 시절 철 모르니 그냥 손님이 많아 좋았지만, 그것이 결국 깊은 가족 간의 갈등이 된 것이라는 인지는 아주 나중에서나 가능했을 뿐이다.


영화 <바보>


어찌 되었든 훈이와 호야도 늘 참석했다. 아홉 형제 중 유일하게 '부잣집'인 부친의 큰 누나의 아들들은 늘 좋은 옷에 깨끗한 이발 차림이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다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섯 살 배기의 말보다 어눌하고 미완성의 문장으로 말을 뱉고, 놀이도 과격하거나 무반응이거나 극단이었고, 먹성이 아니라 무시 무시한 식탐이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괴성으로 드러눕고 마는 두 사람. 네, 그들은 흔히 '바보'라고 하는 지적 장애인이었다.


그 형들은 20대에 연이어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특수학교에서 번번이 일반학교 편입이 되고 다시 그만두기를 반복하다가 집에서 지내던 형제들의 사회성과 지능은 더 퇴화되고 자신의 불편함과 병증도 제대로 호소 못한 채 간이 부어 복수가 차도록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고모 내외의 한신과 사랑과는 별도로 말이다.



왕따와 성폭행 피해까지... '느린 학습자'를 아시나요


http://naver.me/GX0bVXpI


현재 교육 과정에서 '지능 검사'를 더 이상 진행하기 않기에 우희의 아버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경계선 지능'은 1995년에서야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 개념이다. 그런데 전체 인구 중 약 14%나 차치한다고 한다. 7명 중 한 명인 셈이다. 즉 한 교실에 적어도 3명의 아이들이 이런 경계선에 놓여있는 것이다. -기사 본문 중-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충격을 주었던 '염전 노예'의 피해자는 '경계성 지능 장애인'으로 밝혀졌다. 보통 IQ 70~85 정도의 지능으로 단순한 의사소통과 일반적인 노동은 가능한 지적 수준을 지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특징은 언어 이해와 작업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처리 속도가 평균 이하라서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사회적 대처 능력이 떨어지니 당연히 자신이 당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거나 기억해내기도 버겁다. 그래서 이 피해자들에게 피해 상황을 물으면 천진한 표정으로 재현을 해 낸다. 간혹 오해의 여지와 범죄의 빌미를 주게 되는 것이다.


경계성 지능 장애인은 전 세계 인구 중 13.6%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외적으로 전혀 티가 나지 않는 편이다. '허우대는 멀쩡한 사람이 왜 저래?'라는 지적이 일상다반사가 된다. 어딘가 대화가 잘 통하지 않거나, 나이에 비해 어리바리하거나, 아무리 가르쳐줘도 지나치게 이해·습득이 늦는 등이 경계선 지능 장애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경계선 지적장애는 국가 지정 장애인 판정을 받지 못한다. 지적 장애 3급에 가까운 낮은 지능을 가졌지만, 어릴 때 특수 교육 없이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경계선 지능 장애인들은 자연스레 사회에 섞이지 못하며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채 살아가고 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에, 아무런 공적 도움이 어렵다. 이런 경계선 지능 장애인의 수가 얼마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는 어떤 통계적 조사를 한 적도, 그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진 적도 없으니까.


(시사 직격: 경계에 선, 경계선 지능)

https://youtu.be/hzSwCkN2ulk



'느린 학습자'를 위한 배려는 '실태 조사'부터


, , 고를 함께 다닌 친구 중에 ' 배우는'친구가 있었다. 암기가   되고, 1+1 원리로 2+2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엄청 필요한 친구였다. 그런데, 특수학급이 있음에도  친구는 일반 학급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주변의 친구들이 나이스 하기도 했고, 공립학교에 부임하는 젊은 교사들의 인식도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친구의 특기는 청소와 버티기였는데, 덕분에 환경미화 대회 청소담당으로 공헌을 했고, 교내 핸드볼 대회에서는 코피가 나더라도 모든 공을 막아내는 골키퍼로 수훈 선수가 되었다.  친구는 현재 해충 방제업체의 지역 리더로 20 넘게 근속 중이다. 느리더라도 충분히 사회의 일원이   있었다. 30년도   케이스인데도 말이다.


실제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오랫동안 '히키코모리'로 인해 고심해 왔던 일본의 경우 몇 발 앞선 연구들이 있다. 일본 학자들은 상당수의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나 '은둔형 외톨이'들이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지고 있을 거라 추론한다. 실제 소년원생의 34%가, 그리고 보호 소년의 37%가 경계성 지능 장애나, 지적 장애를 가졌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경계성 지능 장애'의 경우 말 그대로 '경계'의 존재이기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됩니다.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좋은 예 <온달 장군>


모든 일의 시작은 그 실태의 조사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재 학교에서는 지능검사가 공식화되지 않아 판별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교사와 부모의 관심으로 부수적인 테스트를 받게 해야 한다. 공식 장애 등급의 편입 이전이라도 학교나 지역 사회에서는 '느린 학습자'를 위해서 '거북이 학급'을 편서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장애 아동의 문제는 '연민'의 영역이 아니다.


장애 아동을 위해 가족 구성원의 상당 부분이 경제활동 누수가 생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재활의 부족하게 됩니다. 한국의 편견 가득한 장애 인식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집 밖으로 '조금 다른 아이'를 내 보내기엔 용기와 비용이 든다. 그리고, 그것의 보조를 위해 세금이 든다. 조기에 지원하는 교육과 재활보다 평생 부조의 복지 재원이 더 들기 마련이다. 장애 아동의 문제는 '비용'과 '국익'의 문재가 되는 '자본주의적' 고찰이 필요하다.


'조금 달라도 괜찮다'라고 하지만, 그 "조금"의 기준을 세세하게 규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 세심함에서 '틀리다'와 '다르다'가 명확해질 테니까.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정해져 있다.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길 원하는 날이다. 그러나, 아직 타의, 자의로 집계되지 않는 장애인이 공식화된 숫자보다 많다는 것도 생각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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