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유랑 끝에 낙원이 있기를
한 귀퉁이에 서서 바라보는 것.
그건 세상을 그저 파편으로 본다는 뜻이다.
거기에 다른 세상은 없다.
순간들, 부스러기들,
존재를 드러내자마자 바로 조각나 버리는
일시적인 배열들뿐.
인생? 그런 건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선, 면, 구체들,
그리고 시간 속에서
그것들이 변화하는 모습뿐이다.
- 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
어디로부터, 누군가에서, 어떤 상황 밖으로 떠나는 자들, 그리고 어디엔가 누구인가 어떤 목적에 다다르고자 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방랑자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랑 (放浪)이라는 말을 들여 다 보면 물길(물결)을 놓아 버린다는 직역이 가능합니다. 물길은 에너지의 물리 작용입니다. 높은 수준에서 낮은 수준으로 흐르기 마련이지요. 다만 그 방향은 베른시레인의 대장장이 실험처럼 거시적으로 당연 지점으로 향하지만 미시적으로는 저마다 오롯한 유랑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리로 흐를지 저리로 흐를지는 그 입자가 처한 그 시점의 운동에너지에 좌우됩니다.
방랑이란 것은 참 고독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짐을 싸들고 길바닥에서 6시간을 떠 있었던 날이 최근입니다. 작은 숙소의 짐을 꾸리는데도 이젠 옮기기에도 부침이 가득합니다. 언제쯤 이 방랑의 에너지가 그칠리는 없겠지만 안정화되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내 방랑엔 아직 응원이 필요합니다.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성좌(星座)와 같다.
우리가 사는 장소,
우리가 지닌 이름은 잊혀도 무방한,
아무 의미 없는 귀속의 수단일 뿐이다.
- <방랑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