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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un 11. 2024

방랑자들을 응원하며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유랑 끝에 낙원이 있기를

한 귀퉁이에 서서 바라보는 것.
그건 세상을 그저 파편으로 본다는 뜻이다.
거기에 다른 세상은 없다.  

순간들, 부스러기들,
존재를 드러내자마자 바로 조각나 버리는
일시적인 배열들뿐.

인생? 그런 건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선, 면, 구체들,
그리고 시간 속에서
그것들이 변화하는 모습뿐이다.

-  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


어디로부터, 누군가에서, 어떤 상황 밖으로 떠나는 자들, 그리고 어디엔가 누구인가 어떤 목적에 다다르고자 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방랑자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랑 (放浪)이라는 말을 들여  보면 물길(물결) 놓아 버린다는 직역이 가능합니다. 물길은 에너지의 물리 작용입니다. 높은 수준에서 낮은 수준으로 흐르기 마련이지요. 다만  방향은 베른시레인의 대장장이 실험처럼 거시적으로 당연 지점으로 향하지만 미시적으로는 저마다 오롯한 유랑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리로 흐를지 리로 흐를지는  입자가 처한  시점의 운동에너지에 좌우됩니다.


방랑이란 것은 참 고독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짐을 싸들고 길바닥에서 6시간을 떠 있었던 날이 최근입니다. 작은 숙소의 짐을 꾸리는데도 이젠 옮기기에도 부침이 가득합니다. 언제쯤 이 방랑의 에너지가 그칠리는 없겠지만 안정화되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내 방랑엔 아직 응원이 필요합니다.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성좌(星座)와 같다.

우리가 사는 장소,
우리가 지닌 이름은 잊혀도 무방한,  
아무 의미 없는 귀속의 수단일 뿐이다.

- <방랑자들> -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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