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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ul 13. 2024

[늦은 아침 생각] '나이 듦'에 대하여

웅이가 여니에게

필 때가 되어 피고
질 때가 되어지는 것일 텐데
애꿎은 바람 탓.

​-황경신,「밤 열한 시」-


사진; 사진작가 고든 윌치(Gordon Wilsie)- 출처: Pinteresr


동계 올림픽 6번 출전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인터뷰를 보다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연습도 충실했고 컨디션도 좋은데,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더랍니다. 왼쪽 무릎이 계속 무너져 코너에서 가속을 못 내고 체력소모가 커지기만 했답니다.

이러던 중 은퇴 후 응원차 방문한 전설적인 역도 선수와 식사를 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그 역도 선수도 마지막 올림픽에서 비슷하게 왼쪽 팔이 자꾸 무너져 실패하게 되었다고 말하더랍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답니다.

이유는 바로 '나이'라는 것입니다.

왼쪽 무릎도 아니고, 왼쪽 팔도 아닌 나이의 문제였던 것이죠.

살다 보면 상황과 현상에 손가락질하기 쉽습니다. 정작 근본적인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이 예견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에 남겨 봅니다.

되던 일이 안 되는 이유는 어쩌면,

그 일의 소임이 다 되었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부여잡던 일들이 자꾸 미끄러지는 이유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된 것이겠지요.

인생의 만남에 있어서 가는 사람이 가는 이유는

바로 떠날 때가 된 것이겠지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듯합니다.

그냥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며 받아  

  사람이면

살아가기 충분한 것입니다.

그 남은 딱 한 사람과 ‘나이 듦’을 기대해 봅니다.

-곰탱이의 사랑하는 아내와 나누는 아침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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