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필 때가 되어 피고
질 때가 되어지는 것일 텐데
애꿎은 바람 탓.
-황경신,「밤 열한 시」-
동계 올림픽 6번 출전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인터뷰를 보다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연습도 충실했고 컨디션도 좋은데,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더랍니다. 왼쪽 무릎이 계속 무너져 코너에서 가속을 못 내고 체력소모가 커지기만 했답니다.
이러던 중 은퇴 후 응원차 방문한 전설적인 역도 선수와 식사를 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그 역도 선수도 마지막 올림픽에서 비슷하게 왼쪽 팔이 자꾸 무너져 실패하게 되었다고 말하더랍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답니다.
이유는 바로 '나이'라는 것입니다.
왼쪽 무릎도 아니고, 왼쪽 팔도 아닌 나이의 문제였던 것이죠.
살다 보면 상황과 현상에 손가락질하기 쉽습니다. 정작 근본적인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이 예견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에 남겨 봅니다.
되던 일이 안 되는 이유는 어쩌면,
그 일의 소임이 다 되었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부여잡던 일들이 자꾸 미끄러지는 이유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된 것이겠지요.
인생의 만남에 있어서 가는 사람이 가는 이유는
바로 떠날 때가 된 것이겠지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듯합니다.
그냥 내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며 받아 줄
딱 한 사람이면
살아가기 충분한 것입니다.
그 남은 딱 한 사람과 ‘나이 듦’을 기대해 봅니다.
-곰탱이의 사랑하는 아내와 나누는 아침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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