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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ul 10. 2024

[늦은 아침 생각] 꽃이 피고 질 때 참 아픈 거래

웅이가 여니에게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나는 실패자입니다.

어설프게 꽃 피운 시절이라는 때도 돌이켜 보니, 참 아팠더랬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아직 때 이른 낙화는 아프다는 말로 모자랄 만큼 괴로웠습니다.


흐드러진다는 표현이 거슬릴 정도로 한 잎, 한 잎 떨군 꽃잎은 사실 한 점, 한 점  떨어진 내 꿈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혀 끝에 꽃이 피었습니다.

구내염, 설염, 혓바늘... 아픈 이들의 이야기가 가지가지, 나름 나름이듯 이 꽃엔 이름도 참 많습니다. 이 녀석이 머물곤 떠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바닥을 치고 있는 호중구 때문이겠지만, 독한 놈이 왔습니다. 혀 끝이 따끔거리다 못해 침이 한가득 고여 옵니다. 훌쩍이며 되마시길 반복하기 때문에 머리골까지 시큰거립니다. 팔과 다리는 두들겨 맞은 듯 쑤셔대고, 깊은 기침은 가슴 밑까지 아릿 아릿합니다.


스스로 물리치고 일어 나든, 핑계 삼아 주저앉든지 시간은 흘러갈 것이지요. 와서 머문 염증은 언젠가 가겠지요. 그때에는 통증 타령도 힘들 테니까요. 일상이라는 게 기시감 들듯 그렇고 그런 날들의 집합이지만, 그렇고 그런 날들은 어김없이 다가와서 후욱 지나가 버리는 것.


아직 떨어질 눈먼 꽃잎이 남았는지.

여전히 아프기만 합니다.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더 아플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참 미안합니다.


참 힘겹지만, 제법 잘 버티고 있습니다.

여전히 응원은 유효하고, 격려는 반갑습니다.

꽃이 피기 전 겨울이 가장 아프겠지만 (사진=명동성당에서)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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