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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 May 09. 2018

이별이 담기는 노래들

그런 노래들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에게 만화처럼 고백했던 사람이 있었다. 두 달을 꽁냥거리며 만나다가, 바쁘고 고3이라는 이유로 헤어졌던 그는 되먹지 않은 성적으로 수시를 붙어 나보다 대학을 먼저 갔다. 우리는 추운 겨울에 만나 탄천을 거닐다 하복을 입을 때 쯤 헤어졌다. 그 사람과 헤어졌던 나는 유독 한 노래를 돌려 들었다. 무버스의 다른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너를 그냥 기다릴 거라는 흔한 이별 노래였다. 유명하지도 않았던 이 노래가 그의 노래가 됐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면 왼쪽 팔꿈치가 아렸다. 




그 뒤로 만나는 사람 마다 노래에 이별이 담겼다. 이사람은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종일 맑음이라든가 저사람은 백아연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라든가. 아오리 사과 냄새가 났던 내 처음이자 마지막 짝사랑인 내 뮤즈의 노래는 특이하게 팝송인 아델의 Someone like you다. 복정역, 4-3의 출입구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들었던 그 장면은 그 당시에도 “아, 이 순간은 잊을 수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뮤즈가 생각났던 노래는 그런 내용이 담겨있다. 내가 당신을 닮은 사람을 찾더라도, 당신은 상관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나 들었어. 너 결혼했다며. 너의 욕심을 만족시켜줄 여자였다고 들었어. 근데 상관마. 내가 당신을 닮은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말이야. 내가 뮤즈를 닮은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상관하지마. 오빠. 오빠보다 더 좋은 사람은 못만날... 하여간에 청승이었다. 누가보면 사겼다가 헤어진 사인 줄. 
 

이별이 담기는 노래들이 있다. 굳이 슬픈 노래가 아니어도 이별은 담긴다. 물론 나 같은 경우 대부분 슬픈 노래긴 했지만. 그치만. 헤어진 인연들을 그 자체가 아니라, 제 3의 것으로도 기억하게 된다는 게 참 감성적이고 좋지. 청승이고. 하지만 모든 감정이 정리되어도, 그 노래에는 당신만 담긴다는 거, 되게 로맨틱 하지 않은가. 





나는 당신에게 어떤 노래로 기억되고 있나요? 묻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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