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모를 거야

오후 4시에 쓰는 글

by 이유미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우린 다시 만났다.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한 건 나였다. 3일을 고민했다.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밥을 먹자고 말했다.
“밥?”
“응, 밥 먹자. 밥해줄게.”
“너… 괜찮아? 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알지?”
“알지 왜 몰라. 헤어졌잖아.”
그는 5초간 말이 없었다. 난 기다렸다. 머리를 굴리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밥은… 왜 먹는 건데?”
“헤어진 사람들끼린 밥 먹으면 안 되는 거야?”
그는 약간 얼버무리듯 말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 보통은 헤어지고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선 이러지 않지.”
“보통이 그러면 우린 특별하다고 치자. 왜, 싫어?”
그는 또 5초 동안 말이 없었다. 난 차분히 기다려줄 수 있었다. 선택은 오로지 그의 몫이니까.


“너한테 돌아와 달라고 하는 거 아니니까, 불안해하지 마. 다시 한번 말해줘? 너랑 나랑은 끝났어.”
수화기 저편에서 아마도 그는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그래, 몇 시까지 가면 돼?”
“8시까지 와. 주소는 안 알려줘도 되지? 나 이사 안 갔거든.”
마지막 말은 약간 비꼬는 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와 만나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음식을 만들어 준 적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는

마치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당연히 그건 아니었다.

그에게는 나보다 어리고 예쁜 뉴페이스가 생겼을 뿐.

난 왜 그를 불러 밥을 해주려고 한 걸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그는 정확히 7시 50분에 초인종을 눌렀다. 비밀번호도 알고 있는데, 굳이 초인종을 눌렀다.

난 한숨이 푹하고 나왔지만, 얼른 문을 열어 주어야 했다.

그래,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것도 이상하지.
“어서 와. 찾는데 어렵지 않았지?”
라고 말하며 픽, 하고 웃었다. 그는 나를 조금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손 씻고 와. 다 차려 놨어.”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욕실 불을 켰다.

손을 씻는 소리가 들렸고 그가 걸어왔다.
난 볶음밥을 준비했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건 볶음밥이었다.

김치를 쫑쫑 썰어 넣은 김치볶음밥.

연한 푸른빛이 도는 접시에 소복하게 김치볶음밥을 담아놓았다.

그리고 따뜻한 맑은 된장국도 준비했다.

저녁 먹을 때도 되었고 제법 맛있는 냄새가 나는 밥을 앞에 두고 그는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맛있겠네.”
그는 식탁 의자에 앉더니 수저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난 눈짓으로 어서 먹으라고 말했다.

그는 수저로 밥을 푹 뜨더니 한입 가득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너도 먹어.”
“응.”


사실 난 목이 메 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김치볶음밥은 내가 그에게 처음 만들어준 음식인데,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밥을 먹었다. 조금도 놀랍지 않은 걸까?
“맛있어?”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응 정말 맛있어. 너 음식 잘하는구나?”
왜 진작 해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이미 너무 늦었다.
“많이 먹어. 저기 더 있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국을 후루룩 마셨다.
“너는 왜 안 먹어?”
그는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가 내가 먹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어색하게 수저를 내려놓으려 했다.
“몰랐는데, 음식을 만들면서 냄새를 많이 맡았더니 밥맛이 없네. 처음 알았어.”
“그렇다고는 하더라.”
그는 남은 김치볶음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한편으로는 얼른 먹고 가려는 게 아닐까 싶은 서운함도 있었다.

중간중간 천천히 먹어,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뭐하나 물어봐도 돼?”
밥을 다 먹은 그가 얼음이 담긴 물을 마시며 물었다.
“왜… 부른 거야?”
‘너는 그게 아직도 궁금하구나.’
나는 질문하는 그를 조금 초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넌 아마 모를 거야.”
“뭘?”
“이건 너를 더 많이 사랑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거든. 설명은 못 하겠어.

너도 누군가를 상대방보다 더 좋아하게 되면 내 마음을 알 날이 오겠지.”
“……”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가 비운 접시를 들어 천천히 개수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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