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마주친 사람들을 보내주기 위해
어쩌다 마주친 남자에게, 잠시 방을 나눈 친구에게, 아주 잠깐 이야기를 나눈 당신에게 나는 마음을 줘버렸다.
가벼운 사이라서 쉬울 줄 알았던 관계에서 오히려 더 자주 단어를 골랐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지먼 실은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덤덤한 척 입을 닫고 쿨한 척 눈을 감았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우리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그 일말의 기대의 말을 꺼낼 수 없어서 괜히 맥주를 들이켰다.
스쳐 지나가야 하는 인연인데 어쩌다보니 살을 부벼서, 몰랐어야하는 사람인데 혹시나하고 붙인 말이 계기가 되어 잠시 마주 본 사람들이었다.
거절당할 용기도 없고 얕은 인연을 지속할 끈기도 없는 채로 흐느적거리며 사람들의 등에 대고 입만 뻐끔거렸다. “다시 보자, 너와 또 보고 싶어-“
그 사람들은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바쁜 세상에서 이미 소중한 사람들을 향해서 걷는 그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입을 닫았다. 쿨-한 세상에서 덤덤한 사람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단어를 꼴깍꼴깍 삼켰다. 외로웠지만, 상처받는 것보다는 외로운 게 나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늘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