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의하는 우울증
풍덩 빠져서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제가 느끼는 우울증은 그래요.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빠져있고, 몸이 무거워지면서 마음이 끊임없이 내려갑니다. 저는 상당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법을 잘 알고 있죠. 우울증이 처음 시작됐던 그때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에 ‘글을 쓰거나 많이 걷는’ 나만의 대처법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한 순간 떨쳐낼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랍니다. 그냥 ‘아 다시 시작됐구나!’하고 알면서 서서히 심해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하면 대충 설명이 될까요? 알면서 이겨내지 못하는 건 분명 슬픈 일이지만,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건 도움이 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일단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를 줄일 수 있어요. 일시적으로 우울할 때는 친구를 만나는 게 도움이 되지만, 우울증이 심해지면 누군가를 만나면 불안하고 초조해지거든요.
선생님 저는 긍정적이고 밝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이럴 때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우울’이라고요. 언제가 풍덩 빠져버린 우울증 속에서 나는 허우적거릴 뿐입니다.
이렇게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사는 게 지치고 힘든데, 주위를 둘러보면 주변은 여전히 너무 아름다워요. 그래서 저는 우울에서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감정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더라도 나는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들어요.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