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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치하늬커 Oct 20. 2020

일의 미래를 통해 본 학교의 미래

다빈치 스쿨 '배움의 혁신' 컨퍼런스 2020

2018년도에 참가한 SXSW EDU의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위해 아이들을 어떻게 준비시킬까' 세션에서 처음 만나 꾸준히 지켜봐 온 학교가 있다. 바로 LA 공항 근처에 있는 다빈치 스쿨. 하나의 학교가 얼마나 다양한 외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우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육의 변화를 위해 '배움의 혁신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3회째 자신들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웨비나 형식으로 진행됐고, 우리에게도 가장 참고가 될만한 세션 내용을 전한다.


3개의 주제 중점 고등학교(과학, 디자인, 커뮤니케이션)로 구성되어 있는 다빈치 스쿨의 핵심 철학은 '리얼 월드 러닝'이다. 지식이 학교 안에 고립되는 것이 아닌, 진짜 세상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설계한다. 대부분의 교과 간 융합 프로젝트 수업이 학교 밖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회사에 가서 배우는 인턴십과 회사가 학교에 와서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다빈치 스쿨과 10년 이상 관계를 맺어온 세 회사의 담당자가 패널리스트로 참가해 '일의 미래'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일터의 모습을 통해 학교가 배울 점은 없는지 원격 근무 상황과 원격 수업 상황을 비교해 보고, 학생들을 일의 미래에 어떻게 대비시킬 수 있을지 각 회사의 관점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패널리스트:

Nathan Kim, 커뮤니티 섹터 수석 리더, Gensler Architecture (건축회사)

Dana Commandatore, 크리에이티브 운영이사, Deutsch (광고 대행사)

Charles Bogart, 엔지니어링 리소스 프로그램 매니저, Boeing (항공우주 기업)


좌측 상단부터: Charles (보잉), Franco & Andrew (다빈치 스쿨 교사), Nathan (젠슬러), Dana (도이치), Mattew (다빈치 스쿨 CEO)


Q. 다빈치 스쿨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

Nathan: 다빈치 스쿨이 다양한 산업 현장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 회사를 방문했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 뒤로 다빈치 스쿨이 학교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배움의 환경을 재디자인하는데 함께 하기도 했다. 디자인은 문화의 반영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멋진 공간이 탄생했다. 진정성 있는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Dana: 10년 전, 다빈치 스쿨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여성으로서의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워킹맘으로서 내 일에 대한 소개를 하게 됐고, 그 뒤 다빈치 스쿨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아들이 다빈치 스쿨을 다니면서 학부모로서 학교를 경험하기도 했고, 실제 익스텐션 프로그램(다빈치 스쿨 졸업 후 대학 연계 과정)을 졸업한 학생을 우리 회사에서 고용하기도 했다. 너무 일을 잘하는 친구였다. 다빈치 스쿨 시스템에 대한 찐 팬이다!

Charles: 보잉에서는 매년 여름 70명의 고등학생을 인턴으로 선발하여 운영한다. 올 해는 당연히 온라인 인턴십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다빈치 스쿨 과학 프로그램과는 2012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다빈치 스쿨에서 이미 원격 수업을 해봐서 그런지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놀라웠다. 



Q. 회사에서 하고 있는 원격 근무 환경 중에 학교가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Dana: 학교든 회사든 100% 원격을 해야 하는 것은 모두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는 개개인들이 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는지 수시로 서로 체크하고 있다.

Nathan: 정해진 오피스로 출근하지 않게 되니 회사가 갖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한 이점이 훨씬 극명하게 드러났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자원 활용을 많이 하게 되어 평소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보다 쉽게 갖고 있다.

Charles: 온라인 인턴십을 담당해 보니 3-4명씩 그룹을 만들어서 매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서로 점검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끼리 팀을 만들고, 팀 당 보잉 멘토 한 명을 연결해 준다. (보잉 인턴십 부연 설명을 하자면) 7주 간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실제 세상의 문제 중 무엇을 해결해 보고 싶은지 알아서 정한다. 멘토는 일주일마다 진행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필요하다면 회사 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



Q. 원격 근무를 하면서 어떻게 회사 문화를 유지하나?

Dana: 문화를 유지한다기보다, 새롭게 문화를 만들어 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언택트에서 적용되는 문법은 다르다. 우리 회사는 창조적이고 재밌는 광고 대행사이다 보니 언택트 상황에서도 재밌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원래 여름이면 한 분기를 마감하면서 성과 축하 파티를 하는데, 올해는 진행하지 못했다. 그 대신 빌보드 광고판에 팀원들 이름을 넣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고, 기념일에 맞춰 집 문 앞에 선물을 두고 오기도 했다. 방법은 찾기 나름이다.

Nathan: 우리 회사는 사회적 연결을 중요시한다. 코로나 전에는 꼭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공용 공간을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과 서로의 일에 대해 묻고 영향을 주고받았다. 이제 개개인이 오피스이기 때문에 같은 집에 있는 사람이 나의 또 다른 사회적 연결점이 되어줄 수 있다. 가족이든 룸메이트든,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 업무 내용이나 고민을 공유하는 것을 장려한다.



Q. 언택트 시대에 회사가 새로운 사람을 뽑게 되면 업무 적응 과정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Nathan: 원래 회사에 '버디(짝) 시스템'이 있었는데 지금은 버츄얼로 하고 있다. 둘씩 짝을 지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비공식 팀이 생기는 거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회사 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편이다.  

Dana: 버디 시스템 너무 좋다! 쉬운 제도지만 임팩트는 큰 것 같다. HR팀이 아니라 같은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체크인을 자주 해줘야 한다. 올해 채용에는 꼭 통근 가능 거리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조건이 늘었다. 오히려 더 많은 탤런트 풀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런 조건으로 뽑힌 사람들은 재택근무 기간이 끝나도 꼭 사무실 출근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훨씬 유연한 업무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다.



Q. 커리어에 진입하는 Young professional한테 원하는 점이 있다면?

Dana: 젊은 친구들이 산업에 왔을 때 '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라고 느낄 수 있다. 불만이 있으면 직접 개선하고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런 인재를 더 원한다. 리더이자, 기업가이자,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Nathan: 인내심이 있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좋은 건축가가 될 수는 없다. 특히 건축가라는 직업은 많은 경험이 쌓여야 하는 직종이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길이도 길다. 한 프로젝트가 보통 3-5년이 걸리니까. 호흡을 길게 갖지 않으면 조급해진다.

Charles: 줌 콜로 인턴이나 신입들을 처음 만나게 되면 비전문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면 서로의 일하는 모습을 통해 어떻게 행동해야 보고 배울 수 있는데, 그런 경험이 제한돼서 그런 것 같다. 특히 고등학생 인턴들은 멘토가 하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세요"로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스럽게 이메일 쓰는 법도 아주 중요하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커뮤니케이션할 줄 알아야 한다.



Q. 학교가 현장 전문가 파트너 만드는 법은? 어떻게 설득하면 좋은가?

Charles: 보잉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의 고등학교들에게 잡 쉐도잉 데이(현장 체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STEM분야 인재 양성 차원에서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학교들은 언제든 연락 달라.

Nathan: 건축업계에서 다양성의 부재는 계속 이슈화 되고 있다. 전체 등록된 건축가 수에서 여전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숫자는 적다. 따라서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지닌 학생들이 미리 업무를 경험하고 더 많은 기회를 갖길 바란다.

Dana: 처음 다빈치 스쿨을 봤을 때 너무 인상적이었다. 현장과의 협업을 찾는 학교들이 많이 없는데 다빈치 스쿨은 리얼 월드 경험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회사는 항상 유니크한 백그라운드에서 온 사람들을 찾는다. 새로운 시각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학교가 10대의 관점, 다양한 배경의 청소년들을 공급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Q. 학교에 기대하는 점은? 

Dana: 회사와 학교에 각각 1명씩 책임지고 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중요하다.

Nathan: 딱 맞는 학생을 보내달라. 이 경험이 정말 득이 되는 학생인지는 학교가 안다.

Charles: 학교가 이 파트너십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와라. 같이 과정을 디자인해갈 수 있다.   




75분간 아주 부드럽게 진행됐던 패널 세션은 다빈치 스쿨이 패널리스트들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온전히 느끼게 했다. 신뢰에 기반한 관계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서로에게 배우려는 태도가 겉으로 드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교가 10년간 꾸준히 외부 자원과 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도,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일터의 모습 속에서 학교가 참고할 만한 점들을 찾는 모습도 참가자들로 하여금 영감이 되었다. 


배움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렇게 학교의 담장을 넘는 '넘나들며 배우기'가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우고에서 실천하고 있는 마을 인턴십, 태봉고 LTI, 유쓰망고에서 운영하는 고등인턴 & 중학교 버전 전문가 연계 프로젝트, 각 지역에서 운동처럼 번지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학교와 학교 밖 자원의 긴밀한 연결, 상호 간 세심한 배려를 통해 확대된 관계망 속에서 청소년들의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폭넓게 확대되기를 바라본다. 


변화하는 일의 지형과 함께 곡선을 그려나갈 수 있는 학교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관련 글 읽기:

1. 리얼 월드 러닝의 세 가지 핵심 -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

2. 배움의 혁신 컨퍼런스 탐방기

    (1) <학교의 배움을 혁신하는 미국의 움직임>

    (2) <Real-world Learning이 일어나기 위한 조건>
    (3) <다빈치 스쿨에 없는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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