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정희 Oct 15. 2018

함께 일할 분을 기다립니다

이력서를 기다리며 회사소개서를 써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북스톤 권정희 대표입니다. 저희 출판사와 함께 일할까 말까 고민중이신 분들께 저희 회사에 대한 소개를 좀 더 시시콜콜하게 드릴까 하여 조금 (많이...) 길게 적어보려 합니다. 저희 자랑도 하고, 저희가 못하는 것도 말씀드리고, 저희가 원하는 인재상도 밝히는 것이 뭐랄까, 좀 더 진솔하고 공정한 프로세스가 아닐까 해서요. 여러분이 저희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성심껏 쓰시는 만큼 저희도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희는 2015년에 만들어진 브랜드로, 경제경영서를 중심으로 출간하며 인문서와 에세이도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좀 더 젊은 감성의 책을 내는 브랜드 <비컷>을 만들어 첫 책 <뉴욕규림일기>를 냈습니다. 저희와 일하게 된다면 본인 성향과 역량에 따라, 또 그때그때 회사 인력상황에 따라 북스톤과 비컷 구분 없이 아이템을 맡아서 진행하게 될 겁니다. 결정의 최우선순위는 물론 ‘본인이 기획한 책’입니다.
북스톤은 3명이 공동창업한 회사입니다. (필요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셋 다 여성입니다.) 편의상(?) 제가 대표이긴 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공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마다 8종가량의 책을 출간했는데, 충원이 되면 10종 안팎을 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디자인 업무 외에는 거의 모두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는 편이라 편집에 들이는 공이 큰 편입니다. 그래서 외주자를 두고 편집관리를 했던 분보다는 직접 교정교열, 윤문까지 해보신 분이 초반에 일하기는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물론 오래 호흡을 맞춰온 검증된 외주편집자가 있다면 큰 문제는 없겠고요.
편집실무보다 더 큰 공이 들어가는 부분은 원고가 나오기까지입니다. 경제경영서 저자들은 본업을 하면서 원고를 써야 해서 원고를 받기까지 오래 걸리고, 전문작가가 아닌 데다 처음 책을 써보는 분들도 적지 않아서 기획자가 원고 컨셉과 방향에 대해 그때그때 피드백하고 논의할 일이 많습니다. 아마 저희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프로세스의 절반 이상은 이러한 작업에 할애될 것 같습니다. 컨셉과 방향을 제시한다고 하니 전문지식이 많아야 하는가 하고 걱정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나중에 저를 보시면 안심하실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는 겁니다. 저희 저자들도 편집자와 논의하면서 책 만드는 편을 훨씬 좋아하고, 그 편이 책의 만듦새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귀찮아하거나 피곤해하는 분은 저희 회사에 오셔도 힘들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리 말씀드립니다.
연달아 한 가지 덧붙이면, 일해보신 분들은 절감하겠지만 출판 마케팅만큼 콘텐츠 마케팅 역량이 중요한 분야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저자의 인지도와 활동에 따라 판매부수가 춤을 추기도 하죠. 그래서 출간 이후에 편집자가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본인의 소셜미디어에서도 책 홍보를 하는 편집자들이 많잖아요. 더욱이 저희처럼 인원이 적은 출판사는 강연회 등 이벤트가 잡히면 전 직원이 동원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저희와 함께 일하는 분도 그렇게 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므로 외부 업체와 협의하거나 저자와 일정을 조율하거나 강연안내를 하는 등의 일을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애써 만든 책이 독자들을 만나도록 하는 데 어느 하나 빠지면 안 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움직이는 분들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적고 보니 적극적으로 사람 만나기를 즐기고 할 말은 하고 뒤로 빼지 않는 ‘능동적인 편집자’를 원한다는 결론이 되었네요. 저 자신이 활달한 편집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분을 좋아하기도 하고, 저희 회사에 이런 역량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라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런 분이면 고단하고 고민 많은 편집일을 ‘내 일’로 생각하고, 옆에서 힘들어할 때 같이 힘을 내줄 거라는 나름의 경험칙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 일을 잘하려고 욕심을 내고, 나아지려고 하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워라밸 흐름에 역행하는 회사인가, 하는 자기검열도 듭니다. 구태의연하게 열정(!)을 요구한다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해요. 물론 주의인식과 열정을 원하는 것은 맞습니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일에 대한 로열티를 원해요. 상사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동료의 컨디션이나 고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저희가 낸 책 중 <창업가의 일>에 “가족 같은 회사 말고 스포츠팀 같은 조직을 만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희가 몇 년간 토론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바로 이런 조직입니다.  


그에 준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저희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출판사는 야근이 많고, 편집자의 업무시간을 딱 끊어내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24시간 돌아가죠. 책 내고 고생했다고 저자가 저녁 먹자고 하면, 이건 업무일까? 출퇴근길에 편집할 책의 관련도서를 읽는 건 업무일까? 기획아이디어는 밤낮 없는 고민거리인데 퇴근 후에 끊어내는 게 가능할까? 마감이 코앞이라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면?
이 어려운 과제들을 놓고 고민만 할 게 아니라, 뭐가 됐든 손댈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고쳐가보자는 마음으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희는 주37.5시간을 일할 만큼 ‘가능한 적게 일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물론 지금도 야근을 하고 주말근무도 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아침 30분의 여유는 일상의 큰 윤활유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시간단위 연차’를 쓸 수 있고, 휴가사유를 쓸 필요 없이 (결재가 아닌) 공지로 하는 등의 소소한 개선 아이디어를 모아가고 있습니다. 3년 일하면 30일간 리프레시 휴가를 쓸 수도 있습니다. 일만 하면 영감이 소진되니 한 템포 쉬며 세상을 둘러보자는 취지입니다.
저희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다져온 탄탄한 운영 시스템이 있는 회사가 아닌지라 처음에 오시면 어설퍼 보이는 면도 제법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 사람들이 나빠서 이러는구나’ 하기보다는 ‘뭘 몰라서 이러는구나’ 생각하고 이상하거나 부당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말을 하시면 좀 더 발전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 사람이 들어오는 건 저희에게도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개인에게도 회사는 중요한 곳이기에 노파심이 생겨 말이 많아지네요. 요즘 주저리주저리 이렇게 긴 글을 누가 읽는단 말인가 싶지만, 편집자 분들이니 기대하고 써봤습니다. 곧 뵙겠습니다.


북스톤 대표 권정희 드림






작가의 이전글 닭강정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