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의사이자, 간호사이자, 재활치료사여야 한다. 가장 1순위로 나의 마음을 지지하고 응원해줘야 하는 것은 나를 이끌고 타인과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의 몫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가지고 많은 것을 유추한다. 이 말은 과연 누가 건네는 말일까? 정신과 의사? 간호사? 재활치료사? 상담가? 왠지 병원과 관련 있는 단어들이 연상되겠지만 이 대사의 주인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31살 취업 준비생이다. 남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초록불에 신호등을 건너다가 버스에 치여 전신이 골절되었고, 1년 반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했다'는 사실 정도.
ᅠ언뜻 위의 대사만 보면 작가는 너무나 단단한 사람, 세상 야무진 캐릭터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겪어온 우울증. 잘 풀리지 않는 취업준비. 억울한 일을 당해도 화내지 못하고 혼자 삭히는 모습.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방법을 찾는 과정까지. 이 모든 것들이 사회생활에 치였던 내 지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이왕 살아난 거 잘 살아보기로 했다'에는 누구에게나 젊은 날 한 번쯤 있었을 법한 경험이 녹아있다. 잘 지내보고 싶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은 가족. 원하는 이상과 동떨어진 통통한 몸. 사회생활을 하며 '나다움'을 포기하며 살았던 원치 않는 시간들. 책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큰 사고를 겪고 재활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일상을 ‘나답게’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내 몸 그대로를 사랑하며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 모델로 참가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수의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꿈꾸며 도전을 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시도를 이렇게 표현했다."망설임 앞에서 용기 내 한 발자국 내딛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조금씩 나를 바꿔나가는 것" 생사의 고비를 넘고 난 뒤, 삶의 방향이나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의 스토리는 언제나 관심을 끈다. 그러나 '슈퍼맨'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너무 완벽해서, 나와 너무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그렇지 않다. 살면서 병원에 길게 입원한 적도 없는 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공감하고 빠져들게 된다. 그 고민과 생각들이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더 매력적이다.
ᅠ삶에 찾아오는 불안과 고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통해 공감과 위안, 소소하고 귀여운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처럼 주어진 환경이 내 맘 같지 않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시도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 않을까.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지나영 (존스홉킨스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얼마 전 강연을 통해 접했던 문구가 생각났다. 난치병을 앓고 있지만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지나영 교수는 지금 내 삶이 시고 맛없는 레몬과 같이 느껴진다면 그걸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작가 역시 자신만의 특별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