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케혀 Mar 22. 2020

'코로나'와 '방콕'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발이 묶여 나다니기가 꺼려지는 요즘 학생들은 휴교령이 떨어져 집에 머물지만 직장인들은 회사에 나가야 한다. 재택근무니 순환 근무하는 것도 규모가 큰 회사 얘기다. 메이저 고객사의 부장은 전화를 걸어 "고생이 많지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고는 지금까지 코로나 19로 지연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를 파악해서 매일 보고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회사에서도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악화되는 것을 보고 쫄아서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갑자기 데스크탑 컴퓨터를 노트북으로 바꿔버렸다. 평소에는 1도 생각지 않던 재택근무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자 염두에 둔 것이다. 사장은 만약 국내외 여행을 가서 감염이 되어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회사가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면서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면서 지껄였다. 그래 놓고 가족 같은 회사를 운운하니 정말 가~족같다.


영화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바이러스 감염으로 텅 빈 도시가 현실이 되어버린 요즘, 사람들은 재난 구호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듯 아침부터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와 뛰어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고 남녀노소 막론하고 마스크 없이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올 수 없게 되었다. 겨울이 가고 봄의 싱그러운 기운이 곳곳에서 느껴지지만 밖에 나가 따사로운 봄의 햇살을 받는 것조차 우리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요즘이다. 여름하고 겨울은 긴데 반해 활동하기 좋은 따뜻한 봄날이 얼마나 된다고 이러는지 게다가 황사와 미세먼지로 자주 뒤덮일 하늘을 생각하면 우울해서 울고 싶어 진다. 한 해에 못해도 두세 번씩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했는데 이제 그것마저도 어려워졌다. 일부 나라들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중국과 한국 여행객들은 받지 않겠다고 문을 걸어 잠갔고 아시아, 중동, 미주 그리고 유럽 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구 상에 안전지대라는 것이 사실상 없어졌다. 


국내외 여행이 어려운 시점에서 여행 기분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끼기 위해 고른 책이 있다. '아무튼, 방콕'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로 여행 에세이이다. 책을 읽는 동안 몇 해 전 여자 친구와 다녀온 방콕 여행이 떠올랐다. 

우리는 송크란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방콕으로 갔었다. 송크란은 태국의 설날로 물축제가 열린다. 물총에 물을 담아 불특정 다수의 주변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고 맞으면서 즐기는 축제다. 이때만큼은 길을 지나가다 물을 맞아도 인상을 쓰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모두가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골목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골목마다 꼬마 녀석들이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을 뿌리는 바람에 근사한 저녁식사를 위해 깔끔하게 단장 한 우리는 꼬마들을 피해서 택시를 잡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배낭여행객들의 성지 카오산 로드와 툭툭이, 짜뚜짝 시장에서 맛본 최고의 생귤 주스까지 새록새록 여행의 기억들이 책을 읽는 동안 되살아 났다. 



방콕의 매력에 빠진 책의 저자는 연례행사처럼 다녀온 방콕 여행이 8번이나 된다고 한다.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횟수다) 책에는 저자가 우연하게 들린 식당, 인생 마사지 샵과 호텔 정보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각종 로컬 음식들이 나온다.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여행 에세이에 포함된 정보들은 블로그나 가이드북과는 달리 낯설었지만 스토리가 있는 정보는 더욱더 신뢰가 갔고 다음 방콕 여행을 위해 메모를 해두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방콕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따뜻한 나라가 그리워지면 우리는 언제든 레알 방콕으로 떠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