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옆집줄리 May 15. 2016

2016 봄차 #1

지금 만나러 갑니다.

봄이 왔다.

봄이 가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쉽지 않다.


화려한 봄꽃들이 겨우내 웅크렸던 사람들의 갖가지 욕망과 기대를 담아내 피어나고, 흔들리고, 떨어져 나뒹굴고 난 후인 5월의 요즈음.


드디어 올해의 첫 차(2016 First Tea)를 만날 때다. 


차(Tea)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 해의 '첫 차' 소식은 봄 꽃 소식 보다도 설렌다. 진심으로 그렇다.


겨울의 모진 추위를 잘 견뎌낸 차 나뭇가지에서 움튼 싹이 하나 둘 펴지기 시작할 무렵 채엽(採葉 / Plucking)한 찻잎은 가장 연약하지만 가장 강한 향기를 머금고 있다. 그래서 차(Tea) 애호가에게 그 해 봄의 첫 차는 마치 와인 애호가들이 보졸레누보(Beaujolais Nouveau)를 기다리듯 기다려지는 것이다.


'첫 차'를 이르는 말은 지역이나 쓰임에 따라 다양하지만 (햇차 / 신차 / 명전* / 우전* / 1st Flush / 1st Harvested...)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로 '첫물차'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말의 어감이 참 예쁘다.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첫물차는 재배 지역의 기후에 따라 빠르면 2~3월 (Yunnan China) 보통 3~4월(China, Taiwan, India, Sri Lanka, etc.)에 솜털이 남아있는 싹과 함께 최소한의 잎을 채엽한다. 그 후 정성스러운 그들만의 과정을 통해 제다(製茶 / Tea Making)한 차들은 5월 이맘때 즈음 드디어 서울에 사는 나도 쉽게 만날 수 있을만큼 갖가지 브랜드를 통해 유통된다.   


물론 그 시간들을 기다리지 않고 각 나라의 산지에 직접 찾아가서 차를 맛보고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돈도 없고 시간은 더더욱 없는 나에게는 마냥 부러운 그들의 행보.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차를 구해 마시는 나로써는 너무 고마운 행보. 


올 해 그들이 마주한 2016의 첫 다원을 사진으로 감상해보았다

언젠가 그 다원 중앙에서 마주한 봄 날이 얼마나 싱그럽고 향기로울까 상상하면서...  

대만 아리산 고산차 산지. 이렇게 멋지구나...
오우, 그림이네!
하나 하나 손으로 정성스럽게 채엽하는 모습
일아이엽 - 하나의 싹과 두개의 잎을 채엽한 모습. 저 작은 싹에는 겹겹이 많은 잎들이 숨어있다.

 앞으로 몇 개의 글들로 내가 요즈음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 2016년 첫물차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맛 좋은 차(Tea)는 차를 고르고, 찻 자리를 준비하고,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우림법(Brewing)을 발견하는 모든 과정이 즐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차를 함께 마셔줄 사람, 그 사람과 함께 차의 맛과 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설렌다. 


To Be Continued...


- 옆집 줄리


*우전(雨前) - 24절기인 여섯번째인 곡우(穀雨) 전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


*명전(明前) - 24절기 중 곡우 이전 절기인 청명(淸明) 전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로 중국에서 계절별로 차를 나눌 때 주로 쓴다. 우리나라는 기후 상 명전차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멋진 대만 아리산 방문 사진을 제공해주신 신촌 라오상하이 반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라오상하이 : http://cafe.naver.com/chinateacafe

매거진의 이전글 개취대로 밀크티 마시기_#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