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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마왕 Nov 08. 2019

가구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철제 가구

곧 이사를 갈 예정이다. 지금 집보다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버리고 가야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야할 것들도 생긴다. 그중에 요즘 최대 고민은 가구이다. 이전 집에서는 집이 넓어서 수납공간이 알차게 필요하지도 않았고, 나름 집 안에 갖추어진 수납공간을 잘 활용도 했었다. 

그렇게 가구를 알아보고 있는데, 가구들이 필요 이상으로 비싸다. 싸면 디자인과 퀼리티가 별로고 디자인과 퀼리티가 좋으면 가격이 터무니없는 이런 반비례. 절충안으로 철제 가구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철제가구도 그렇게 싸지가 않다. 그리고 철제 가구의 최대 단점은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고민이 시작되었다. 정말 고민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의 소비. 나도 고민이 싫다. 하지만 난 패리스 힐튼이 아니다. 그리고 패리스 힐튼이 아니라고 불만은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만 만족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뿐. 스스로를 합리화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런 합리화는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나를 갉아 먹는 고민도 아니니까.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갔다. 그렇게 나는 용산 전자 상가로 냉장고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눈여겨보던 철제 가구 매장에 들어가게 되었다.온라인으로만 보다가 실물로 보니 더 좋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컸고, 튼튼했고, 디자인도 깔끔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매장에서 직접 결제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온라인과 매장 간의 가격 차이. 정말 매장을 관리하시는 매니저님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그렇게 온라인 구매를 다짐하며 매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사를 가기 전부터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넣고 빼기를 반복, 결국 나는 이사를 갈 때까지 가구를 구입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최종 결론은 이사 한 후에 이사 간 집에서 가구를 받아서 조립하는 일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 그렇게 이사가 마무리 되었고, 부모님이 보시기에도 가구가 필요했던 터라 가구를 보러 가자고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께 철제 가구를 사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철제 보다는 나무가 더 좋다며 다른 매장에 가보자고 하셨지만, 다 커서 부모님께 손을 너무 많이 벌리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용산 전자 상가의 철제 가구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매장에 가서 바로 구입을 결정할 줄 알았는데, 나는 또 고민했다. 그렇게 내가 고민을 끝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던 매니저님은 나에게 이미 조립도 되어 있고, 배달까지 가능한 상품이 있는데, 샘플 가구로 제품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한 후라 몸이 지칠 때로 지쳤기 때문에 나는 그 제안이 너무 솔깃했다. 일단 필요한 가구만 사고 살다가 필요하면 더 사면되니까 일단 가장 시급한 것만 사면되었다. 그렇게 사이즈도, 모양도, 디자인도, 색깔도, 가격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구매했다. 지금 집에 찰떡같이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이후로 구매한 가구는 없다. 집이 작아서 한두 개 더 샀으면 큰 일 날 뻔했다. 

그렇게 나의 고민은 나의 과유불급을 막아 주었다. 이후 이사한 집에서 고민 끝에 나와 인연을 맺게 된 그리고 나의 수납을 전적으로 책임져 주고 있는 철제가구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ps. 구매할 때는 제품에 하자가 없는 줄 알았는데, 제품에 하자가 없지는 않았다. 한 쪽 다리가 찌그러져 있기는 했지만 튼튼한 철제 프레임이 찌그러짐과 상관없이 중심을 잘 잡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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