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업소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쓰레기통이 곳곳에 버젓이 있는데도 바닥에 버린다. 의도적인 것인지 습관적으로 무심결에 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쓰레기를 줍고 있다. 회사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분들이 청소함에도 복도와 계단에 작은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어떨 때는 며칠을 같은 자리에 쓰레기가 있을 때도 있었다. 안 보이는 것인지 청소를 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눈에 거슬리는 불편함에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손이 더러워지지만 한번 닦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후 좋은 일이 자주 생겼다. 밥 한 끼를 사주는 사람, 커피 한 잔을 사주는 사람 등이 늘어났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왠지 내 생활에 좋은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보물 찾듯 쓰레기를 줍는 나를 발견했다.
나 말고도 쓰레기를 수시로 줍는 사람이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일본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주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1987년 일본의 디자이너인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만든 만다라트 계획표를 활용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만다라트는 본질을 뜻하는 만달(Mandal)+소유를 뜻하는 라(Ra)+기술을 뜻하는 아트(Art)가 섞인 즉 만달라(Mandara) 목적을 달성하다+기술(Art)을 섞인 단어로 이 계획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틀이다.
오타니는 중앙 큰 정사각형 한가운데 최종 목표 적고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인 8가지 서브 목표로 그 주위를 둘러쌌다. 또 그 서브 목표 주위를 각각의 서브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각각 8개씩 둘러싸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실제적이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 실천으로 옮겼는데, 이 중에서 특히 운을 이루기 위한 방법들로 여러 선행을 적은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중 하나가 ‘쓰레기 줍기’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수 사이에서도 정상의 위치에 있는 오타니는 경기장의 쓰레기를 수시로 줍는다.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쓰레기를 줍는 이유를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것, 더러운 것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이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것. 과학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오타니가 더 활약할 수 있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오타니처럼 큰 의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내 선행에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나다. 그 사실은 내가 떳떳하게 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쉽게 버리는 사람들을 보고 분개하는 것도 내가 착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들의 방관적이고 무책임한 모습도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허탈해하고 화를 낸다.
그래서 요즘 내가 운보다 기대하는 것은 ‘넛지 효과’다. 넛지 효과란 어떤 선택을 강제로 금지하거나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고도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유도하는 사람을 ‘선택설계자’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선택 가능한 다양한 치료법을 설명하고 소개하거나, 교사가 학생에게 여러 가지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그 예다.
내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사람들이 발견하고 나처럼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상황이다. 누군가를 조종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방관보다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내 행동의 시작은 내 요행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더불어 회사 변화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는 넛지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