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보기 Feb 21. 2016

그의 눈빛

이별의 풍경

모든 시작과 끝은 그의 눈빛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던 눈빛 때문에 그를 사랑하겠노라 결심했었고,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던 눈빛 때문에 그와 끝내겠노라 결심했었다.


그가 내게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말한 후 처음 그를 직접 만났을 때,

우리는 둘 다 웃고 있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직전에도 그를 만나고 난 후에도 웃을 수 없었지만,

그를 만나는 동안은 웃고 있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그의 맞은편에 앉아 용기내어 웃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때,

그 사람의 눈빛은 떨리고 있었다.

떨림은 몇 초 간 계속되었다.

그리고 나선 그도 웃었다.

나는 긴장이 풀리면서 전날 잠을 설쳤던 탓인지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그를 원망했다.

그는 좋아했다.

내가 떠나기 직전엔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행동과 에두른 말들을 했다.

나는 비꼬았다.


그는 우리의 헤어짐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사실 우린 진지하게 만난 적도 없으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정말 당연한걸까.

우리가 만났던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이라는 시간들은, 당연한걸까.


버스 기사 아저씨와 가벼운 농담을 나누던 그를 모른체하고

짐짓 '안녕'이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내뱉으며 버스에 올라탔다.

도저히 그 사람과 마주 인사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찾아 창가 앞까지 와선 창문을 두드리며 활짝 웃었다.

나는 도저히 그렇게 밝게 인사할 자신이 없었다.

그의 눈을 피하며 입모양으로 가라고, 가라고 허한 공기를 내뿜을 뿐이었다.


그와의 헤어짐을 버티게 해준 건 마지막 날의 그 눈빛이었다.

나를 바라보며 흔들리던 그 몇 초 간의 눈빛.

내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닌 건 아니었을 거라고,

그렇게 믿게 해준 건,

그 때 그 짧은 순간의 그의 눈빛이었다.


버스가 출발한 뒤,

내 눈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려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