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일기
퇴근을 하고 인원수를 체크한다.
엄마뿐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그녀는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다.
홀로 밥을 먹고, 샤워를 하면 언니가 온다.
그녀와 수다를 좀 떨어주고
그녀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제 운동을 할 차례인데
이미 샤워를 했기에 가볍게 포기한다.
거실에 틀어놓은 드라마에 시선을 뺏기고 빠져들었다가
흥미진진해 보이는 엄마를 괜히 한 번 힐끗 쳐다본다.
느리게 눌리는 도어록 소리에 신나게 달린다.
현관에 들어선 아빠와 눈이 마주치면 괴상한 춤을 춘다.
내 나이 스물아홉.
"야 와 이라노" 웃음 섞인 한마디에 춤사위가 격해진다.
모두가 차분해진 깊은 밤.
'삑삑삑삑-' 보너스 도어록 소리에 또다시 현관으로 나선다.
오랜만에 들어와 주신 남동생께
90도로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잠을 청한다.
2019년에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쓴 첫 글이었던 것 같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그때의 일상이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내 서랍 속에 있던 작은 수첩들을
모두 버렸던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중에 부모님, 직장인 언니, 대학생 남동생과 함께 했던 기록을 찾으니 반갑기만 하다.
2019년 6월이면 첫 직장을 여전히 다니고 있을 때였고,
4년 차 대리였기 때문에 꽤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축으로 이룬 5인의 가족생활도 꽤 재미났던 것 같다.
어쩌면 언니와 내가 결혼을 해서 곧 집을 떠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진중했고 약간은 어두웠다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내 스물아홉은 생각보다 통통 튀고 발칙했다.
힘들었다고 생각되던 이십 대 후반이었지만
어쩌면 잘 살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