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일기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무한의 경지에 이르러
몸과 생각이 분리될 때가 있다.
매크로를 돌린 것처럼
눈과 손이 알아서 움직이지만
생각은 저 세상에 가있다.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싶다.
여기 말고, 지구 반대편에서...
거기서 내가 쓰고 싶었던 글도 쓰고,
사진도 멋지게 찍고, 음악이 나오면 춤도 춰볼까?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낮잠도 자고,
사람 구경도 실컷 하면 좋으련만...
엉망이 되어있어야 하는 기획안이
신기하게 생각보다 괜찮다.
나의 숨겨진 능력에 감탄하며
오늘도 하루를 무난히 그리고 무사히 마친다.
왜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여기에서 할 수 없는 걸까?
여기서 할 수 없으니까
지금 당장 하고 싶겠거니
내 생각도 무난히 그리고 무사히 마친다.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지구 반대편에서"
푸른 하늘에 선선히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윤슬의 눈부심과 어우러지는 커피 향.
내 귀에 탑재된 외국어 캔슬링(자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혼자일 것이고, 자유할 것이다.
지구 반대편을 고집했던 건
고요히 혼자이고 싶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존중할 사람들은 있지만
나도 온전히 존중받고,
각자 건강히 잘 지낸다면
투머치 관심은 서로 거두었으면 하는,
그냥 'Hello' 하고 안부만 묻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많이도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충분했다.
지난 5년 동안 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끊임없이 발전했다.
이제 한국어도 막아낸다.
듣기 싫은 말이나, 표정에서 보이는 마음의 소리도 차단한다.
기특한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