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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Aug 08. 2017

​이직 많이 하면 다음 이직 때 불리할까?

다섯 번째 직장에 와서 든 생각

자의든 타의든 벌써 다섯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다. 대학원 졸업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고용보험 제공처(인턴 제외)가 벌써 다섯 번째라니..!

그때 그 퇴사는 잘 한일이었을까?

어느 시점에 이 질문을 했느냐에 따라 대답은 다를 것이다.

'내가 미쳤지 왜 그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와서 이 고생인가 내 인생은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게 분명해'라고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고, '와 그건 정말이지 내 인생에 가장 잘 한 선택이다. 나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때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현재는 후자에 가깝다. 그 결정이 경솔하고 무모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세상 물정을 몰랐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평생 후회할 일이 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기준으로 그건 정말 잘 한 선택이었고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오히려 당시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여러 환경들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첫 퇴사가 특별했던 이유

몇 번의 퇴사를 경험했다. 대학원에 가기 위해 회사를 나온 적도 있었고,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 퇴사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첫 퇴사가 특별했던 것은 4대 보험을 받는 정규직 직장을 처음으로 관두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혹은 다음 소속이 정해진 상태가 아닌 앞뒤 재지 않고 쌩백수가 되는 퇴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 퇴사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 이후에 퇴사들도 그럭저럭 용기를 내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직인 상태에서 다음 직장을 잡기 어렵다?

대개는 그렇다. 그러나 이건 그냥 일반론적인 이야기고,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니다. 즉, 이 이유가 퇴사를 주저하는 이유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변에 세계여행 다녀와서 다시 직장 찾은 분을 최소 5명 정도는 알고 있다.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을 합치면 10명은 족히 된다. 재취업은 한편으론 절박함과 자신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회사와 기싸움인데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이라면 구직자가 아쉬운 입장이 될 수도 있고,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라면 구직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딜을 할 수 있다.

단군이래 최고 스펙을 자랑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볼 때 그때의 구직 시장과 현재는 사정이 다를 수 있어서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직을 많이 하면 다음 이직 때 불리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인데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고, 각 직장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유로 나를 뽑지 않겠다는 회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들이 거절한 이유를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바꿔 말하면 나를 안 뽑겠다고 한 회사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피고용인 측이라기보다 회사 측이 아닐까 싶다. '이직을 많이 하면 불리하니까 우리 회사에 더 오래 일해라'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너는 이직을 많이 했으니 불리한 조건이므로 굽히고 들어와라'라는 자세를 취하기 위함이 아닐까?


나는 나의 길을 간다

퇴사든 이직이든 누가 뭐라든 신경 안 쓰고, 당당하게 갈 길을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격언(?) 중에 '지루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모든 결정을 즉흥적으로 내리고 살기란 쉽지 않지만 (다소 위험하기에)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나의 행복을 유예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직이라는 과정이 저마다 중요한 게 어떤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운 좋게 첫 직장이 최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사회적 명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택한 직장이 업무 특성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급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직장이지만 업무 시간이 너무 길어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지속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을 올리며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소리 같지만 굉장히 만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행복합니다...?

:)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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