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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Dec 27. 2017

생각보다 하루가 길다

그리고 그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지난 주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짝꿍과 짧게 제주도에 다녀왔다.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 있게 준비하고 오전 10시쯤 호텔을 나선 우리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먹고, 마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멋진 자연을 감상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아직 오후 5시가 안되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회사였으면 아직 2시간을 더 회사에 있어야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회사에 오래 있네.'

12월 마지막 주에 통째로 휴가를 낸 관계로, 나는 제주도에서 돌아와 오늘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짝꿍이 회사에 있는 동안 집안일도 이것저것 하고 글도 쓰고 책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지만 여전히 평소 같으면 회사에 있을 시간이었다.


막상 회사에 있으면 시간이 참 빨리 가서 그렇게 오래 있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왜 그곳의 시간은 그렇게 빨리 흐르는 걸까!

대안으로 1일 8시간 근무가 아닌 6시간 근무를 한다든지, 주 5일 근무가 아닌 3일이나 4일 근무를 할 수 있는 직업 혹은 직장을 찾아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일반 사무직 회사원이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자리를 찾기 쉽진 않겠지만^^) 주변에 가끔 재택근무를 하시거나 주당 근무 시간이 짧은 경우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렇지는 못하다고 한다. 결국 그 이상 일을 하게 된다는 말씀. (아예 작업량으로 보수를 받는 프리랜서가 아니고서야 시간을 온전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프리랜서더라도 다 마음대로 하기 힘든 부분도 많고)


얼마 전에 두통이 심해서 휴가를 쓰고 쉬면서 들었던 생각이 '1년에 내 맘대로 쉴 수 있는 날은 15일밖에 안 되는구나'였다. 주말도 쉬고 법정 공휴일도 쉬지만 내가 그날 안 쉬고 다른 날 쉬겠다고 해서 쉴 수 있는 날들이 아니다. 쉬도록 정해져 있어서 쉴 뿐. 일하기 싫은 날을 고를 수 있는 건 오직 연차 15일이 전부인 것이다. 1년 365일 중 고작 15일이라니. 약 4% 되는 수치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거나 일을 그만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일도 좋고 회사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다 좋다. 그저 이렇게 쳇바퀴 돌 듯 계속 살면 되는 건지,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이게 맞는 건지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들면서 인생이 아깝단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소릴 하는 게 어쩌면 배부른 푸념일지도 모르겠지만...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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