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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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지만 낮은 여전히 뜨거운 9월의 첫 주말.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였지만 어딜 가나 길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에 동네 현대백화점 식당가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로 갔다.
언제나처럼 인문학 서고와 철학서들을 둘러보다가 위에 있는 책을 살펴보려고 뒷걸음질을 하다가 '앗!' 뒤에 지나가고 있던 사람과 부딪쳤다.
부딪쳤다기엔 살짝 닿은 느낌이었지만 알아차리고 돌아보니 한쪽에는 목발을, 한쪽에는 무릎에 무슨 장치를 차고 있는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내가 빠르게 사과하자 거의 동시에 지나가던 목발 짚은 사람도 똑같은 말을 했다.
"아, 죄송합니다."
목발을 짚고 가는 사람과 부딪친 게 괜스레 더 미안해서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더니 "아, 괜찮습니다" 하고 쿨하게 가던 길을 갔다.
정말 괜찮아 보였기에 가는 길을 잘 가시는가 보고 있다가 다시 철학 서고의 위칸을 살피며 생각했다.
'와 다리를 저렇게 다쳐서 목발을 짚고서라도 서점에 올 정도로 책을 좋아하시나 보다. 인터넷 서점으로 책을 어마든지 구경하고 살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사람 많은데 올 정도라니 대단하시네. 근데 좀 민폐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가. 보던 책이나 마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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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릎을 수술한 이래로 처음 서점에 갔다. 무릎을 다친 게 두 달 반 전이고, 수술한 게 두 달 전이니 거의 세 달 만에 간 서점이었다.
수술 후 쭉 양 쪽 목발을 짚어야 했는데, 이제 막 한쪽 목발만 짚어도 되어서 제일 처음 간 곳이 서점이었다.
수술 후에 재택근무만 해왔고, 재활치료를 받으러 집과 병원 사이만 오갔기 때문에 이렇게 보통 사람이 많은 곳에 나온 건 근 3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에스컬레이터가 교보문고를 향해 내려가는 그 순간부터 그 조명, 그 소음, 그 분위기, 그 향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래 이거였지, 내가 그토록 오길 기다렸던 교보문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나 부딪쳤을 때 더 조심히 살펴주는 사람들의 호의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늘은 순수과학과 교양과학 쪽 서가에 책을 좀 구경하고 다른 주제들을 좀 살펴보려고 하니 무릎에 은근한 통증이 있어 더 둘러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른 나아서 빨리 목발도 무릎 보조기도 던져버리고 실컷 책구경 다녀야지!
사진: Unsplash의 Sasun Bughdar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