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보경 Aug 31. 2023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이성복

작가의 이전글 복싱과 웃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