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hmandu, Nepal
그림을 망쳐버렸다.
게다가 하필이면 망친 그림을 그리던 종이는
오랫동안 아끼던 비싼 종이였다.
그림을 망친 것도, 비싼 종이를 버린 것도
그리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지 못하는 부족한 실력도
괜히 서러웠다.
결국 스케치북을 덮고 무겁게 걷는다.
늦은 저녁 게스트하우스 방에 들어오고 나서도
그 서러움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은 잘 그리려는 마음 대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려보기로 한다.
그리고 싶은 것을 크고 자세하게 못 그리겠거든
작게라도 많이 그려보기로 한다.
오래전 여행을 하고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고 몇 해 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책에 실은 글 중 좋아하는 글, 편집 과정 중 빠진 글, 사진이나 그림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책을 봐주신 분들께는 다시 여행을 떠올리는 계기로, 아직 본 적이 없으신 분께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Instgram: @310.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