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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Aug 14. 2022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마치 때를 알고 상대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랑처럼.


이미 물이 넘쳐 홍수가 난 대지에 퍼부어대는 비는 이기적이다.

부서진 사랑의 파편에 의한 생채기가 채 아물지 않은 그대에게 쏟아내는 일방적인 고백처럼,

상실의 홍수 속 허우적 대는 그대에게 왜 수영을 할 줄 모르냐 다그치는 말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의 심연 속 가라앉는 그대를 모른 척하는 짓처럼,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들다고 울어대는 이기적인 감정의 폭우처럼.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마치 때를 알고 상대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랑처럼.

그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때,

나의 손을 내어주고,

나의 어깨를 내어주고,

나의 따뜻한 가슴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처럼.






-허진호 감독 영화 "호우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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