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절 기다리고 계신가요?
1.
'취미가 서핑'이라는 제목 하에 글을 연재하던 게
이제는 너무나 먼 과거가 되었다.
솔직히 특별한 일이 생겨 연재를 중단했다기 보다는
다음 글을 준비하면서 함께 올리고 싶었던 동영상의 편집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한 게 발단이 되었다.
지나고 보니 그냥 좀 동영상을 빼고 일정을 지킬 것이지,
지엽적인 문제에 너무 집착하고,
그러다가 완결 실패로 이어졌다.
2.
그 중간에 그냥 다시 연재를 시작할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뭔가 소진이 되었던 것인지
브런치 연재는 당시 나의 우선순위에서 자꾸만 밀려났었다.
한참 후로 기억한다.
절친한 서프 버디 분이 함께 활동하던 '네이버 카페'에서
누군가 날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기도했다.
"'취미가 서핑' 연재가 중단 되었는데 작가분 아시는 분 계시나요?"
그 버디만이 내가 그 작가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분이었기에
'여기 있어요!'하고 댓글을 달려다가 먼저 내게 그래도 되냐고 물으신 것이었다.
그 소식이 너무 감개무량했다.
내용도 길지도 않은 글들이었는데,
내 글을 잊지 않고, 게다가 찾기까지 하시다니.
마음 같아서는 개인적으로 연락 드리고 싶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연재'라는 생각이 앞서 외면하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분께 잊지 않고 찾아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지내실 것 같지만'이라고 저를 믿는 말씀을 해 주셔서
다시 감사합니다.
3.
아무래도 이제는 너무나 기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가 되어서
연재 재개로는 내용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사이에 양양 일대에는 서핑 붐이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였던 양양군은
내가 왕래하던 조그마한 시외버스 터미널이 자리를 옮겨
최신식 건물을 새로 크게 지을 정도로
도시의 모습 전체까지 바꾼 것이 현재의 풍경이다.
긍정적인 부분이던 부정적인 분이던 정말 꽤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어쩌면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재가 다시 시작 될 가능성도 있겠다.
4.
그 사이에 나는 한 해는 하와이로 여행을 가서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를 타보기도했다.
다른 해에는 서핑샵에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 사람과 결혼도 했다.
신혼여행에 가서 함께 서핑을 하고 오기도했다.
그리고 아이도 낳아 키우고 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서핑을 하기 힘들어진다.
특히나 아이가 생겼다면 말이다.
핑계처럼 들리더라도 나의 현실은 그렇다.
아이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시간은 돈을 주고도 못 사기에 그렇다.
나의 역할은 아내, 엄마, 며느리, 학부형...
갑자기 자가 증식을했는데
내 시간은 여전히 하루 24시간 뿐이다.
이 문제는 부부 모두에게 해당된다.
현재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데,
구 남친이자 현 남편의 10ft 보드는 마당에 놓인게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신혼여행 때 샀던 나의 '나인 플러스' 웻슈트는
더 늦기전에 새 주인을 찾아 줘야하지 싶다.
나는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다.
나의 현재의 우선순위에 충실하고있다.
5.
나와 남편을 닮아서 인지,
아이도 물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특히나 바다를 말이다.
"나중에 아이도 우리처럼 서핑을 좋아할까?"
남편은 그런 말을 가끔했다.
글쎄...
생각해 보면 나에겐 '스키'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셔서 환경적인 이유로 배웠는데,
어릴 때부터 경험하다보니
저절로 그 경험이 쌓이는 상황.
스키를 탄다고 대단한 기쁨이 있다기 보다는,
스키를 타면서 겪게되는 부차적인 문화들이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 온다.
어느 날은 슬로프 꼭대기에서 너무 멋진 한국 산의 설경을 보기도 하고,
눈보라 때문에 곤돌라가 그 속에 몇 분간 멈추기도 하고,
스키 타고 내려와서 가족들과 뜨끈한 분식과 코코아를 먹는 것들 말이다.
서핑.
문제는 나이 들어서 부부가 서핑을 할 체력이 되냐일 것이다.ㅎㅎㅎ
서핑은 너무 힘든 운동이다...ㅠ
다른 서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부부 모두 서핑에 대한
어떤 '환상적인 체험' 때문에 서핑에 빠졌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겐 어쩌면 다른 종류의 '문화'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올해도 아이와 우리 부부는
얕은 설악해변에서
아이의 키를 넘지 못하는 귀여운 파도와 놀다 왔다.
아이는 그 물결조차 너무 재밌어했다.
지금 나에게 파도란 그런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해피 엔딩과 새로운 시작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