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도 근육일까?
아침에 일어나 물 한 모금 마시고 아이들을 깨우러 간다.
- 애들아! 일어나~~ 자~~
목소리가 쫘악 갈라진다. 목이 아프다. 갑자기 왜 이렇게 목이 아프지? 비타민c 5알을 입안에 털어넣는다. 아픔의 원인을 찾아본다. 코로나는 아닐까?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어딜 갔더라? 어제의 행적을 면면히 되짚어 본다. 재택으로 하루 종일 동고동락을 하는 말롸만씨한테 물어본다.
- 흐흠. 말롸만씨 나 목소리가 안 나와. 델타 변이의 증상이 열이 아니라 목이 아픈 거래! 코로나면 어쩌지?
- 으그! 하루 종일 '가갸거겨고교' 하더만. 별거 다해요
- 아항! 그렇지 ㅎㅎ
순간 안심이 되면서 하루만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는 하루살이 기억력을 탓해본다.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 이후 해보지 않았던 '가갸거겨 고교 구규 그기'의 모음 발음 연습을 했다. 그것도 큰 목소리로! 아주 여러 번!
살면서 목소리나 말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1도 없다. 아니 0.1도 없었다. 갖고 태어난 손, 발, 손가락, 발가락처럼 목소리는 그냥 목소리일 뿐이었다. 말투는 그 사람의 습관 같은 거라 생각했다. 발성법을 배우면서 배에 힘을 줘보고 목에도 힘을 넣어보고, 이리저리 나의 말투와 목소리를 찾아가 본다. 연습하면서 목 아프다는 분은 없던데, 왜 이렇게 목이 아플까? 내가 성대 사용을 못하나?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몸의 어떤 근육에도 힘을 주지 않는다는 걸. 으흐므. 괄약근 정도일까? 세상 모든 것에 힘을 빼고 살지도 않지만 힘을 주고 사는 것도 없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힘이 필요하다. 이전에 쓰지 않았던 동작을 해야지만 근육이 생긴다. 지치지 않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 근육은 꼭 필요하다. 힘을 꽉꽉 주고 살아야 하는 걸까?
하지만 뭘 그렇게 까지 ㅎㅎ
오늘도 목에 힘을 주어 연습은 해볼 것이다. 그리고 오디오북을 완성하겠지. 하지만 나는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전의 힘없는 목소리를 사용할 것이다. 그래도 딱 요만큼 목 근육을 사용을 한걸 기특해하겠지. 그런데 성대도 근육인가?